고3 실습생, 월급은 ‘쥐꼬리’…‘성희롱’도 다반사

입력 2012-02-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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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에 파견돼 근무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근무조건이나 환경은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생 10명 중 4명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무관한 실습을 하고 있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무권리 상태의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토론회에서 특성화고 3학년 실습생 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년유니온 △노동건강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 정부에서는 김환식 교육과학기술부 직업교육지원과장, 최영범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과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무 끝에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사건이 있은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교과부, 고용부 등 관련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루 최대 14시간 노동에 성희롱까지…실습 맞아? =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습 학생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9.2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당근로시간은 49.6시간인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지난해 상용직 주당근로시간 44.4시간보다 5.2시간 더 길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야간근무 월 26.6시간 △휴일근무 월 11시간 △잔업 월 25.1 등의 근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응답학생 가운데는 하루 14시간, 주 84시간, 월 야간노동시간 154시간, 휴일노동시간 176시간, 잔업시간 100시간의 살인적인 근무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의 12%는 휴식시간이 없다고 답했고 29.8%는 휴식공간이 없다고 응답했다. 34.7%가 주말 중 하루는 근무하고 37.5%가 산업체로부터 안전장비나 보호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무리한 근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버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현행법상 실습 전 기본적인 노동법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법, 산재예방, 성희롱 교육을 받은 경우는 45~65% 정도였고 실습 시작 전에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체결한 경우는 10명 중 4명에 그쳤다.

◇‘쥐꼬리’ 월급으로 학비 벌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실습 = 더욱이 실습을 통한 교육적 목적도 퇴색되고 있었다. 응답한 학생의 38.8%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가 학생을 파견하는 기준은 학생 희망을 중시하는 경우가 54.8%로 가장 많았지만 기업체의 요구에 맞춘다는 응답도 24%나 됐다.

학생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전공이나 희망과 관련이 없더라도 학비를 마련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장 실습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38.8%의 학생은 졸업 후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32%는 학비 등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실습생들이 인격적인 무시를 받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 중 18.3%는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8%는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전체의 3.8%는 성적인 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5%는 작업 중 사고를 경험했으나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없었다.

실습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월 124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가장 많이 받는 학생은 230만원을 받는 반면 한 달 월급이 70만원에 불과한 학생도 있었다. 실습생이 파견되는 산업체 중에는 시행령상 실습근무를 파견할 수 없도록 규정된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비율이 23%에 달했다.

◇ 실습제도 성토 이어져…교과부 “2월 중 대책 발표하겠다”=토론회에서는 특성화고 실습교육의 파행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돼버린 실습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상혁 노동환경연구소장은 “현장실습은 그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노동과정으로 전락해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단순 노동인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천여상 하인호 교사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18세 미만 직업교육훈련생이나 견습생도 노동권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노동시간 제한, 야간노동 금지 등의 보호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원래 취지를 잃어버린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교과부 김환식 과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제기된 문제들을 분명히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2월 말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며 이미 7억원 이상의 예산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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