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 신비로운 물빛의 주자이거우(구채구)

입력 2012-02-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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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가장 독특한 자연 비경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다. 주자이거우는 쓰촨성의 서북부, 아바장족·강족 자치주의 민산(岷山)산맥 깊은 골짜기에 위치했다. 해발고도 4000m에서 2000m터에 이르는 Y자 형태의 골짜기를 따라 110여 개의 호수와 13개의 폭포가 서로 연결돼 흐른다. 오색찬란한 물빛이 가히 예술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경관이라고 한다. 맑고 투명한 계곡에 파란색, 초록색, 연두색, 비취색 물감을 골고루 풀어놓은 것 같다. 이 신비로운 물빛 덕분에 주자이거우는 ‘동화의 세계’, ‘꿈속 세상’, ‘인간 세상의 선경’이라 극찬을 받는다.

주자이거우는 불과 40년 전까지 인근 티베트 마을 사람들의 소풍 장소였다. 주자이거우(九寨溝)란 이름도 ‘9개의 티베트 마을’이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주민들이 자급자족 생활을 하였기에 1970년 초까지 외부와 왕래가 드물었다. 1975년 국가농업부에서 이곳의 아름다움과 희귀한 동식물자원을 발견하고 관광지로 조성하기 전까지 그들만의 천국이었으리라. 19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되자, 세계 각지에서 이 신비로운 물빛을 보러 온다. 주자이거우는 요즘, 중국인이 ‘평생 가보고 싶은 국내 여행지 1위’로 꼽는 곳이다.

주자이거우의 절정은 10월 중순. 호수를 품은 산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호수의 물빛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고산의 호수를 '해자(海子)'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해자의 수량이 가장 풍부하여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렇다고 봄, 여름의 아름다움이 덜하지도 않다. 푸르고 울창한 원시삼림이 '제대로 산림욕'을 선사 한다. 짙푸른 자작나무가 또 하나의 해자, 초해(草海)를 이룬다. 산책로를 따라 신비로운 호수와 청량한 소리를 내는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진다. 아무리 걸어도 피곤을 모르게 신비로운 마술을 부린다.

주자이거우를 제대로 보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최소한 6시에 기상하고, 7시까지는 관광지 입구에서 대기해야 한다. 자연 생태를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1일 관광객 수를 1만2000명으로 제한한다. 늑장 부리다가는 입장을 못하는 수가 있다. 반드시 일찍 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Y자 형태로 이뤄진 주자이거우 골짜기는 총 면적이 720㎢에 달한다. 50여㎞에 달하는 거리에 신비로운 호수와 폭포가 촘촘히 분포했다. 하루 안에 이 50㎞를 대충이라도 돌아보려면 바지런을 떨어야 한다. 찬찬히 걸으면서 보아야 주자이거우의 비경이 눈과 마음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Y자 형태의 코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 선의 꼭짓점이 만나는 주자이거우의 중심에 낙일랑(落日郞) 폭포가 있다. 이 폭포를 중심으로 왼쪽은 측사와구(側渣窪溝), 오른쪽은 일측구(日側溝), 아래 I 자는 수정구(樹正溝)로 나뉜다. ‘측사와구’는 입구에서부터 32㎞ 떨어져 있다. 관광지내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5분이 소요된다. 측사와구 맨 끝단에 주자이거우에서 해발이 가장 높고 호수면이 가장 넓은 호수 장해가 있다. 그 아래 오채지는 규모는 작지만 물의 색채가 아주 수려하다. 물속에 무지개가 떠 있는 듯하다. ‘일측구는 전죽해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오화해, 진주탄 폭포, 마지막으로 낙일랑 폭포를 감상하기 좋다. 수정구는 전 구간이 14㎞로, 주자이거우를 되돌아나오는 길에 산책하기 좋다.

주자이거우의 물빛이 오색찬란한 이유는 풍부한 탄산칼슘 덕분이다. 죽은 나무라도 주자이거우의 물밑에 가라앉으면 썩지 않고 그대로 모습을 유지한다. 이 역시 탄산칼슘 때문인데, 과학적인 설명보다 숲속 요정이 마술을 부리는 거라 믿고 싶어진다.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기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물빛. 신비로움을 넘어 신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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