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나쁜놈들 전성시대

입력 2012-02-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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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부국장 겸 스포츠문화부장

조폭영화가 2주간 극장가 예매율 1위다.

지난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이다. 부제가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그런데 나쁜놈들은 검찰앞에는 ‘고양이앞에 생쥐꼴’이다. 나름대로 재미를 주는지 영화관은 80년대 정치상황을 잘 모르는 젊은층이 가득 자리를 메꾸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들여다보면 ‘무늬만 조폭’같다. 한발짝 더 들어가면 평범한 시민‘반달’최익현(최민식)이 살아가면서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카멜레온식 생활상이다. 이 때문에 주변인물만 조폭이다. 정작 주인공은 비리 세관원 출신. 해고된 뒤 한탕하려고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잡고 벌어지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인생살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뼈대는 주인공이 권력과 밀착해서 이권을 따내 폼나게 살아가는 것. 재미의 요소는 신세대는 잘 따지지 않는 최익현이 최씨 족보를 들먹이며 인맥을 넓히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물론 뒤에는 ‘검은 돈’이 약발 역할을 한다.

범죄물이어서 그런지 법치국가지만 폭력이 난무한다. 영화니까. 영화는 소설처럼 허구이므로. 권총과 각목과 야구배트 등 기구가 등장하지만 우리에게 조폭은 문신(文身·tatto)이다. 하정우와 그의 오른팔 김성균은 온몸을 도화지처럼 알록달록하게 그림으로 채색했다.

문신은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물감 혹은 색소 등으로 그림이나 글씨, 무늬 등을 새겨 넣은 것은 말한다. 문신풍습은 원시시대부터 있었다.

문신은 조폭의 상징. 멋과 아름다움보다는 등골이 오싹하거나 섬뜩함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일본에서 문신은 형벌의 일종이었다. 소설 ‘주홍글씨’(N.호손·1850년)에도 간통죄를 범한 여자가 A라는 낙인을 찍히고 평생을 살아간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문신은 색다르다. 멋있거나 귀엽다. 이유는 주인공이 미인이거나 잘 생긴 탓이다. 게다가 영화속 인물은 조폭이 미화되고 과장돼 현실의 조폭과는 크게 다르다. 영화 ‘조폭마누라3’의 서기의 몸에 봉황을 그렸다. ‘조폭마누라2’ 신은경은 용이다. ‘해바라기’에서 김래원은 용부터 호랑이, 물고기까지 다양하게 새겼다.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과 ‘강적’의 천정명은 역시 용이 대세다.

하정우는 비단 잉어를 등짝에 한판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부르는 조폭은 무엇일까.

조폭, 건달, 깡패, 양아치, 깍두기 등 다양하게 불린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검사는 최민식에게 “깡패새끼”라고 부른다. 그러자 최익현은 “저, 깡패 아입니다.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이라고 항변한다.

조폭은 조직폭력배(組職暴力輩)의 줄임말. 본래 건달(乾達)이 원조격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건달은 돈이 없으면서 아무일도 하지않고 빈둥빈둥 노는 사람. 불교용어 건달바(乾達婆)에서 온 말이다.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에 살며 제석천의 음악을 맡아 보는 신으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만 먹고 허공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고대 인도의 신으로 별자리를 관장하며 향(香)만을 먹고사는 신으로 인도에서는 악사(樂士)나 배우를 가리킨다.

깡패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하는 무리. 갱(gang)과 패(牌)와 합성어로 변질된 말. 갱은 노예, 죄수, 막벌이꾼을 뜻하다가 범죄자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무법적이고 흉악한 직업적 범죄자를 의미하는 갱스터(gangster). 미국에서는 19세기에 등장했다. 관련어로는 마피아(mafia)가 있다. 실치리아섬의 말로 범죄조직의 별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양아치는 거지(begger)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옷이 먹을 것을 빌어먹는 사람이다. 동양아치나 거인, 비렁뱅이라 부른다.

깍두기는 조직폭력배의 말단의 일원. 조폭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도 쓰이는데 아마도 머리카락이 짧고 그 모양이 깍두기를 닮아 일컫는 말이다.

어쨌든 건달이라는 말은 조폭이나 깡패, 양아치, 주먹, 깍두기보다는 어원적 의미는 그럴듯하다.

현실에서 조직의 보스는 문신이나 칼자국이 거의 없다. 자신을 잘 드러내놓지도 않는다고 한다. 한때 주먹세계를 풍미했던 조폭이 음식점을 하게 돼 식사를 한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얼굴도 곱상하고 문신이 없었다. 다만, 선입견이 그래서인지 아무리봐도 조폭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유는 행동거리와 말투에서 그렇다.

‘범죄와의 전쟁’이 연일 비리가 터지는 한국 정치판에 무엇을 전해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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