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곤혹스런 은행권

입력 2012-02-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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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사외이사 추천 놓고 노사 극한 대립

외환銀, 투쟁기금까지 마련 총파업 선전포고

‘노조 리스크’가 은행권 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사측과 노동조합간 입장차이가 큰데다 총선·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예고되면서 은행권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영악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국민은행이다. 당초 국민은행 노조는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최초로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9일 “다음달 23일 열리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김진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겠다”면서 “KB금융의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주주제안 위임장 접수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는 김 변호사를 추천한 뒤 소액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0.91%의 지분을 보유한 KB금융의 4대 주주다. KB금융 사외이사 8명 중 5명이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8일 국민은행 부행장·본부장 등 사측 경영진 57명을 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방해했다며 고발했다.

문제는 지난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였던 국민은행으로서는 다른 시중은행과의 경쟁보다 노조에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다른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1인당 생산성이 낮다”면서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성장발판을 마련한 국민은행으로서는 뼈아픈 상황에 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노조가 파업 초읽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측에 외환은행 행명 유지, 임금수준 유지, 고용 보장 등을 문서 형태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는 쟁의조정 기간인 17일까지 노사 협상을 이어간 후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1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외환은행 노조의 장기투쟁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시장점유율도 떨어진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노사담당 고위 관계자는 “은행 노조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커지고 있는데다 최근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도 변수로 작용하면서 은행의 ‘노조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무작정 실력행사보다는 합리적인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경주·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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