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인 배우 김성균 = 충무로 '올해의 발견'

입력 2012-02-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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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속 최형배 오른팔 박창우역

▲사진 = 노진환 기자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판 느와르의 시작’ 혹은 ‘2012년판 대부’ 등 극찬을 넘어선 수준이다. 주연 최민식과 하정우란 당대 배우 투톱이 달려들었으니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분명 또 다른 배우의 얼굴이 확실히 각인될 것이다. 극중 조폭 두목 최형태(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로 출연한 배우 말이다. 포스터 속 하정우 왼편에서 2대8 가르마의 단발머리를 휘날리는 인물.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김성균이다.

지난달 31일 김성균과 만났다. 세 가지에서 놀랐다. 영화 속 찰랑거리던 헤어스타일은 온대간대 없었다. 스포츠머리의 아주 짧은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는 생각보다 왜소한 체격이다. 영화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리고 나이다. 이제 갓 30대를 넘겼단다.

김성균은 “원래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지인들이 좀 놀라던데 진짜 얌전하다”면서 “다른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워낙 뛰어난 분들이라 묻어가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실제로도 눈앞의 김성균은 예의바른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영화 속 박창우는 한 여름에도 냉기가 서릴 정도의 차가운 인물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최형배의 지시에만 반응하는 뼈 속까지 건달인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실제 건달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다. 연기에서 뿜어내는 압박감이 엄청났다.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내가 연기를 잘했다기보단 감독님의 의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 뿐”이라며 “처음부터 ‘박창우’ 역은 알려지지 않은 신인 몫으로 남겨뒀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때문에 캐스팅 확정 당시에도 전혀 믿지를 못했다는 것.

여러 연극에 출연하며 대학로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성균이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연 계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오디션 당일 늦잠을 자서 ‘가지 말까’란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합격 전화를 받았다.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다. 첫 촬영을 앞두고 분장을 하면서도 ‘진짜 하기는 하는 건가’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김성균은 “평소 우상으로 생각하던 최민식 선배와 하정우 형이 함께 현장에 있는데 너무 신기했다. 또 겁도 났다. 언젠가는 내가서야 할 현장이었지만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온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무대 연기에만 익숙해져 있던 그이기에 카메라 연기에 대한 적응도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특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는 “연극은 배우 혼자 강약 조절을 한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영화는 전혀 다르더라”면서 “한 번은 현장에서 ‘카메라한테 맡기면 된다. 혼자 하려 들지 마라’며 충고를 들었다. 정말 많이 배운 작품이다”고 말했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에 남다른 느낌이 강했을 터. 일종의 쾌감 같은 게 있지는 않았을까 궁금했다. ‘쾌감’이란 단어에 김성균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하던 첫 영화 출연이란 점에선 모든 부분이 쾌감의 연속이었다”면서도 “뒷얘기를 기대하실 듯해서 에피소드로 밝히겠다”며 입을 연다. 김성균은 유독 영화 속에서 대선배 최민식과 대면하는 장면이 많다. 그것도 최민식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팬다.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면 ‘개패 듯 때린다’에 가깝다.

그는 “맘속으론 ‘해야지’ 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나. 최민식이란 엄청난 선배가 앞에 있는데, 정말 몸이 안따르더라”면서 “몇 번 NG가 났고, 결국 선배님이 ‘그냥 화끈하게 때려’라고 말씀하셔서 눈 딱 감고 주먹을 휘둘렸다”고 웃었다.

얘기를 나눌수록 영화 속 무자비한 건달의 모습보다는 순박한 시골 청년의 모습이 베어 나왔다. 하지만 눈빛 하나 만큼은 정말 예리했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 역시 눈빛에 반한 듯 하다. 김성균은 “어릴 때부터 눈빛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면서 “동네 형들한테 ‘왜 째려보냐’면서 뺨도 많이 맞고 그랬다. 영화 개봉하고 나면 정말 여기저기서 ‘한판 붙자’며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한 동안 피해다녀야 할 듯 하다”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이 배우에게 요즘 유행하는 공약 하나를 부탁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말한다. “500만 넘으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피켓 세리머니를 하겠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본다면 어느 누구라도 이견을 달긴 힘들 것이다. 2012년 한국영화계의 발견, 해답은 배우 김성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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