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넘치는 수녀들의 쇼 보러오세요"… 뮤지컬 '넌센스2'

입력 2012-02-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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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넌센스2’는 공연 내내 쉴 틈 없이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이 재기발랄한 수녀들의 무대 뒤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만났다. 작품만큼이나 유머러스한 수녀들과 그들을 빚어낸 연출자는 빼어난 입담을 자랑했다. 생동감 있는 무대가 탄생하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사진=임영무 기자

미국의 극작가 단 고긴(Dan Goggin)은 자신이 수녀원에서 운영하던 학교를 다닌 경험을 살려 ‘넌센스’ 시리즈를 썼다. ‘넌센스2’는 첫 번째 ‘넌센스’ 공연으로부터 6주가 지난 시점의 이야기다.

무대에는 오직 다섯 명의 수녀만 등장한다. 그래서 제목도 난센스(Nonsense)가 아니라 넌센스(Nunsense)다. 수녀들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채롭다. 한 때 서커스단에서 외줄타기를 했던 원장수녀 메리 레지나(김정현 서초롱 더블캐스팅), 항상 다른 수녀들을 보살피는 호보켄 수녀원의 영원한 2인자 수녀 메리 허버트(염예랑),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수녀 메리 로버트 앤(안상은), 기억상실증에 걸려서인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수녀 메리 엠네지아(정소윤), 발레리나가 꿈인 예비수녀 메리 레오(조수인), 이 다섯 명의 수녀들은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만큼이나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들은 모두 20대, 뮤지컬계의 ‘젊은 피’들이다. 하지만 일부러 20대 배우들을 뽑은 것은 아니란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20대 배우들만 모이게 됐죠.” 변경철 연출의 설명이다. 그는 배우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에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미 공연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진=임영무 기자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독특한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분명 배경은 미국인데 무대에는 장승과 당산나무, 우물이 있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전래 동화가 나와야할 것 같은 모습이다. 왜 이런 무대를 선택했을까. “원작도 동양적 무대를 추구했어요. 원래는 후지산이 배경으로 나오는, 일본 느낌 물씬 나는 무대였죠. 그걸 우리식으로 재해석했어요.” 변경철 연출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처럼 ‘넌센스2’는 많은 부분에서 한국 관객을 위한 각색을 거쳤다. 모두 원작을 모티브로 한 각색이다. 1992년 미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던 이 작품을 20년 세월이 흐른 뒤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책임졌다. 연습 기간 내내 깨알 같은 아이디어가 오고갔다고 귀띔했다.

수동적인 관객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넌센스2’가 적격이다. 수녀들은 관객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나간다. 연극에는 비교적 흔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꽤나 색다른 매력이다. 특히 이런 장면은 90% 이상 애드리브로 진행된다. 그래서 공연할 때마다 ‘넌센스2’는 새롭다.

“연습할 때는 관객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배우들이 입을 모아 고충을 털어놨다. 역시 실전만큼 좋은 연습은 없었다. 배우들은 매일 무대에 서면서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안정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면서 연기는 더 재밌어졌다. “가끔 참여를 꺼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도 공연에 녹여내는게 저희 역할이죠.”

▲사진=임영무 기자

원장 수녀(메리 레지나)와 2인자 수녀(메리 허버트)가 실수로 술을 마시고 취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의 절정을 보여준다. 단지 대략적인 틀만 주어진 이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두 사람은 끝없이 연습했다.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했죠.”

대사뿐만이 아니다. 허버트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염예랑은 사실 술을 전혀 못 마신다. 그러나 공연에서는 마치 타고난 술꾼처럼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리얼한 표정연기를 위해 사과식초를 마시면서 연습했어요. 덕분에 회식 자리에서 위가 뒤집어지는 사고(?)도 있었죠.”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일명 ‘음주씬’이라고 이름 붙은 이 장면은 ‘넌센스2’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다. 물론 약점도 있다. 볼거리에 치중하다보니 내러티브가 약하다는 것. 변경철 연출은 작품을 ‘수녀들의 쇼’로 규정하고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웃음’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청소년부터 아주머니까지 각양각색의 관객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특정한 타겟이 없다는 건 가장 대중적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누구든 편한 마음으로 와서 즐길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넌센스2'

이 한 편의 뮤지컬로 발레, 탭댄스, 힙합 등 다양한 댄스를 비롯해 복화술과 마술까지 볼 수 있다. 피나게 연습한 수녀들의 탁월한 하모니는 귀도 즐겁게 한다. 스타캐스팅은 없지만 젊은 에너지는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팍팍한 세상,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도록 즐거움을 드릴께요.”

재주꾼 수녀들이 만드는 유쾌한 뮤지컬 ‘넌센스2’는 대학로 AN아트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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