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미일까.
주말 유러피언(E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시청한 골퍼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말이다.
2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GC(파72·7600야드)에서 끝난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총상금 270만달러) 최종일 경기.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와 ‘무명’ 로버트 록(잉글랜드)은 11언더파로 공동선두. 출발선은 누가 보아도 우즈가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특히 우즈와 한팀을 이뤄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주눅들 것이 뻔한 일.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꾸로 경기가 전개됐다. 4일동안의 기록상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 우즈는 드라이버 거리 287야드에 겨우 2개홀만 페어웨이에 낙하해 안착률 14.3%, 파온(par on)은 18개 중 6개에 그쳐 그린적중률 33.5%, 파온이 안됐을 때 그린주변의 러프지역 등에서 트러블 샷으로 파(par)이하를 잡는 스크램블링 75%, 샌드세이브는 100%를 보였고 퍼팅수 24개였다. 버디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록은 드라이버 거리 277.5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57.1%, 그린적중률 77.8%, 스크램블링 25%, 벙커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퍼팅수는 30개였다. 퍼팅이 약했지만 록은 버디 기회를 많이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우즈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록에게 2타차로 공동 3위지만 시즌 첫 출격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다만, 들쑥날쑥하는 티샷을 안정적으로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600만달러)는 더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7타차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우승이 없던 카일 스탠리(25·미국)와 브랜트 스니데커(32‘미국)의 경기는 골프가 가진 재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 졸라의 토리 파인스CC 남코스(파72·7569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경기.
17번홀까지 3타차로 좁혀지긴 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567야드)여서 장타자인 스탠리가 유리한 상황. 스니데커는 이미 16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스탠리는 세번째 샷한 볼이 핀을 지나쳤고, 백스핀이 심하게 걸려 그린앞 물로 굴러갔다. 5온은 핀을 지나쳤다. 첫 퍼팅은 짧아 내리막에 걸렸다. 두번째 퍼팅이 홀 왼쪽으로 빗겨가 트리플보기. 스탠리에게는 뼈아픈 워터 해저드였다.
연장전을 기대하며 퍼팅연습을 하던 스니데커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16언더파 272타로 타이 스코어.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번째홀은 버디로 무승부. 16번홀(파3·233야드)에서 스탠리는 6번 아이언으로 핀에 못미쳐 1온시켰으나 3퍼팅으로 그린을 오버시킨 스니데커에 무릎을 꿇었다.
기록만 보면 사실 스탠리가 첫날부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아 우승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장타자다. 코스 길이가 짧지 않아 유리했다. 4라운드에서 거리 323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 36%, 퍼팅수 29개, 그린적중률 56%, 샌드세이브 60%였다. 스니데커는 비록 거리가 288.5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이 36%, 퍼팅수 30개였지만 그린적중률 94%로 커버했다. 벙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스탠리는 연장전도, 우승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스니데커는 2007년 PGA 투어에서 첫 승을 했다. 또한 스니데커는 지난해 헤리지티 대회에서 세계골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연장 세번째홀에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PGA 투어에서 나오는 평균거리 등 모든 기록을 잘 보지 않는다. 기록만으로 우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종일 경기의 타수만 빼놓고 다른 각종 기록만으로 점칠 수 없는 우승, 그것이 프로골프세계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