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잇단 '좌편향' 대기업 정책 부작용은…
30일 정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지난 29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함께 재벌세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특히 민주당은 재벌개혁을 보편적 복지·부자증세와 함께 4·11 총선의 3대 핵심공약으로 제시, 총선이후 관련 입법작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도 최근 ‘경제 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4·11 총선 공약 차원에서 대대적인 재벌개혁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재벌개혁 관련 정책에는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 보완과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 방지, 불공정 행위 근절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성장의 본질은 중기 육성=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옥죄는 것은 투자·고용 감소,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난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 확대-고용 창출-소비 진작이라는 경제 선순환구조가 정착돼야 하는데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은 이같은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은 인터넷판 보도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의 제과·제빵 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전하면서 정치권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기업에게 제과 제빵 사업에서 철수토록 요구하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인데 한국정부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도 비슷한 논조로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압박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다면 대기업을 규제하기 보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고 토양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육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메시지만 전달할 뿐,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대기업만 범죄인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역할은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올바른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정계의 최근 조치들이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 이어 정치권마저 대기업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다국적 기업과의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권이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 접근 아닌 ‘선거’ 위한 접근= 재계는 특히 정계가 올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입각한 대기업 정책이라는 점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경제발전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공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은 차치하고 ‘과’만을 올해 유독 부각시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대기업 정책이 ‘포퓰리즘’이 아닌 ‘시대의 흐름’이라고 강조했지만, 선거를 의식한 정책표방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손발을 묶은 뒤 투자와 고용이 감소되면 정부는 또 다시 대기업에게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권리는 누리지 못하면서 책임 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논리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도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과거 행태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재벌개혁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정권 초기의 ‘친기업 정책’이 말기 들어서면서 ‘반(反)기업 정책’으로 변질되는 등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은 기업경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정책이라는 것은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세계무대를 상대로 하는 대기업들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