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결정 거부권 EU 위임 제안에 불쾌
그리스 정부가 재정주권을 유럽연합(EU)에 넘길 것을 독일 측이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하게 거부했다.
판텔리스 카프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재정에 관한 자주권은 그리스의 책임하에 있다”며 격노한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 BBC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프시스 대변인은 “그런 조치는 필요 없다”며 “그 같은 조치는 그리스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많은 일을 해왔고 올바른 궤도에 있다”며 구조개혁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외부의 시선에 항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실무그룹에 회람된 독일 정부의 제안서를 입수,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그리스의 세금과 예산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EU에 넘길 것을 독일이 제안했다고 전했다.
카프시스의 이날 입장 발표에 앞서 그리스 관료들도 재정주권 이양 제안에 대해“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의 한 관리는 AFP 통신에 “그리스는 그런 제안을 논의하지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안나 디아만토풀로 그리스 교육장관은 “그런 제안은 역겨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쏘아붙였다.
카프시스 대변인은 한편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의 국채교환 협상 진전에 대해 “잘 진행돼 왔으며 합의에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받을 것을 확신 하고 있다”면서도 “내 대답이 협상이 쉽게 진행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리스는 정부부채 1000억유로를 덜어내기 위한 민간 채권단 손실분담(PSI) 협상과 함께 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로 구성된 ‘트로이카’와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 협정을 맺기 위한 최종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