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다시 태어나라]①업계 대변 뒷전…오히려 ‘옥죄기’만

입력 2012-01-26 17:21수정 2012-01-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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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이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차기 회장 선출을 계기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옥상옥으로 군림한 금투협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금투협은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해야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을 강조하며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단체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제 밥그릇 챙기기와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지는 차기 회장이 풀어야할 현안과 금투협의 문제점을 짚어 금투협이 새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3회 시리즈를 기획했다.

◇회원사는 뒷전, 규제만 강화=금투협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증권업계 회원사의 회비 분담으로 운영돼야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식거래수수료 일부를 받아 운영해왔다. 주식 거래 시 거래대금의 0.0008208%를 회비 명목으로 받는 금투협은 연간 예산 규모가 600억원이 넘는 공룡조직으로 군림하고 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에 직접 손 벌릴 필요가 없다보니 금투협은 오히려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금융투자업계 시어머니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금투협은 회원사 서비스나 금융투자업계 대변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으로 하고 자율규제라는 명목하에 회원사를 옥죄는 역할을 하고 있어 회원사들의 불만이 많다.

광고 심의와 자격증 제도가 대표적인 금투협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규제제도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금투협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상품광고 심의를 굉장히 까다롭게 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투자업계가 납득할 만한 기준점이 없는데다 심의 일정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회원사들이 제 때 상품 홍보를 하지 못해 판매에 지장을 받는 일도 발생한다고 푸념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출자기관임에도 회원사들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예를 들어 상품광고의 심의를 굉장히 까다롭게 해 회원사들이 상품을 소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금투협이 증권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자격증 도입도 문제다. 지난해 도입된 애널리스트 시험제도는 현재 증권사들이 도제식으로 애널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데다 시험 문제도 애널리스트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지식만 묻는 것이어서 베터랑 애널리스트도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투협이 주관하고 있는 증권·선물·자산 관련 자격증이 20여개로 이 중 불필요한 자격증도 많다”며 “금투협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자격증 도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돈 벌이에만 주력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난했다.

◇정부 눈치만 보는 금투협=지난해 ELW 소송 때 금투협이 증권사를 대변하기 보다는 당시 G20 정상회담 홍보에만 열을 올린 점도 증권사들의 불만이 많다. 금융투자업계와 상관없는 G20 정상회담에 금투협은 정부 눈치보기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홍보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ELW 소송과 관련해서는 금투협이 한 역할이라고는 해외사례 수집이었는데 이미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내부적으로 해외사례 수집해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금투협은 광고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광고심사자문위원회를 만든 것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업계는 국회의원 눈치 보기로 만든 위원회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 금투협이 대형사와 소형사간 차별적 규제를 하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콜차입 규제나 자문형 랩 운용 부서 직원들에게 랩상품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권고할 당시 일부 소형 증권사들에게만 이 내용을 전달해 반발을 샀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협이 정부나 금융감독의 눈치 보기에 바빠 회원사들의 대변 역할을 등한시해온 건 사실”이라며 “특히 증권사의 CMA가 예금자보호가 되게 해 주지도 못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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