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이란산 석유 수입 20%의존 고충…주유소업계 반발 거세
정부가 고유가로 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경제에 도움을 주기위해 개점한 알뜰주유소가 좌초위기에 빠졌다. 미국의 대(對) 이란산 원유 금수요청으로 인한 수급문제와 주유소 업계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1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자가폴 200개, 농협 450개, 고속도로 휴게소 50개 등 총 700개까지 알뜰주유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특히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중단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이란제재 요청으로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의 9%가 넘는 이란산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기존 주유소보다 최대 ℓ당 100원이나 더 싼 가격의 알뜰주유소가 현실화하려면 최소한 수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만 가능하다.
원유 수입도 원활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유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미국에 원유는 예외로 하자는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특히 연간 도입물량의 20%(7만배럴)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고충이 더 큰 상황이다.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1년간 공급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를 수입, 정제해 수출하거나 주유소에 판매하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내수시장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버티기 힘들다. 또 20%가 넘는 물량을 현물 시장에서 조달하기도 힘들거니와, 가능해도 문제다. 기름값 급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
현대오일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경부측과 실무자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유업은 안정적인 판매만큼 안정적인 원료 수입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입 중단으로 이란과 맺어온 관계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정부 한 관계자는 “이란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올해 원류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국과 협의를 통해 이란 제재법상의 예외 또는 면제국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일부 주유소에만 혜택을 주고 나머지 모든 주유소는 힘들어지라는 이야기”라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주유소로 주유소들이 피해를 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정부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주유소협회 소속 50여개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운영사인 농협의 NH카드 가맹점 해지 절차에 들어가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유소들의 카드 가맹점 해지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주유소협회를 직접 조사하면서 주유소업계는 더욱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