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주 앤 아버에 기후별 성능 시험장 등 시설 대거 확충…MK “R&D 투자 집중” 언급 후 첫 사례
현대차가 미국에서 연구·기술(R&D) 분야의 투자를 대폭 강화한다.
현대차 미국 기술연구소는 미국 미시건주(州) 앤 아버 벤처타운 내 기술연구소 인근에 오는 2014년까지 향후 3년간 총 1500만달러(한화 약 137억원)를 투자해 성능 시험 연구시설을 확장한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앤 아버에는 2005년 10월 리모델링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HATCI, 1986년 개소)가 운영 중에 있으며, 17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앤 아버 벤처타운 인근에는 일본 도요타와 닛산 등 아시아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 연구 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대차는 이곳에 기후별 자동차 성능 시험장과 배출가스 계측장 등의 시설을 추가로 신설하고, 50여명의 연구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앤 아버에 세워지는 기후별 성능 시험장은 열대 혹서(酷暑)지역과 한대 혹한(酷寒)지역 현장 시험을 대신하는 시설로, 내부시설을 특이 지역의 기후에 맞게 모의로 꾸며 기후에 따른 자동차 성능의 변화를 시험하는 곳이다. 연구소 한 곳에 자동차 성능 시험을 위한 모의 사막과 눈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여름철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나 겨울철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미네소타주 보데, 해발 4350m의 콜로라도주 애반스산, 고온다습한 텍사스·플로리다주, 저온다습한 캐나다 퀘벡 등 혹서·혹한 지역을 일일이 돌며 자동차 성능을 분석·보완해왔다. 현장 시험 덕분에 성능에 대한 검증은 거의 완벽해졌다. 그러나 잦은 원정 시험으로 인한 비용 소모와 시간 낭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기후별 자동차 성능 시험장이 완공되면 이러한 불편이 사라져 고품질 자동차의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대차의 미국 내 연구시설 확충은 글로벌 시장에 맞는 고품질 맞춤형 자동차 생산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올들어 “올해 투자 핵심 분야는 R&D”라고 잇달아 언급한 적이 있어, 이번 사례가 R&D 분야의 첫 집중 투자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가 기후 변화에 민감한 제품인 만큼, 고품질 신기술의 선점을 위해서는 기후에 맞는 자동차 성능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번 투자는 앞으로도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품질·기술 혁신에 더 매진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법인 대표는 “2012년(미국 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점진적인 성장”이라면서 “고객만족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에너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이같은 전략은 장기적인 회사의 성공과 매출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프칙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정몽구 회장의 최근 행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정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전년의 660만대에서 40만대 증가한 700만대로 제시했다. 이는 증가율 기준으로는 전년에 비해 낮은 것이다.
크라프칙 대표의 ‘신중론’은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 경쟁업체들의 실수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