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내년 선거는 이미 졌다‘고 반응하는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은 파문에 이어 ‘루머’에 고심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2010년 전대는 물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도 돈이 오갔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의원도 "비례대표 공천에 돈이 오갔다고 한다면 이는 돈을 주고 국회의원직을 산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의혹까지 불거지면 이번 선거는 치러보나 마나"라고 망연자실했다.
비례대표인 정옥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모두가 비리가 있다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면 억울하다. 명예가 훼손당할 수 있다"면서 "차제에 누가 그런 소문의 대상인지 그것까지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도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불똥’이 튈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대 출마를 경험했던 인사들은 대체로 ‘돈봉투가 건네지고 있다’ ‘어느 캠프에서 돈을 뿌리고 있다’는 식의 소문을 듣긴 했지만 증거를 확실히 잡거나 진위를 파악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경험이 있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8년 전대에 출마한 한 의원은 "전국을 돌며 대의원을 만나다 보면 밥값만 해도 매우 부담스런 수준이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특보들이 달라붙어서 돈을 달라고 하는데 못 줘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출마경험자들은 이 수준까지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인정하지만 한나라당처럼 실제로 지역위원장을 상대로 돈봉투가 오가는지는 확언을 못하는 분위기다.
한편 고승덕 의원에게 돈봉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은 오는 8일부터 10박11일 일정으로 일본ㆍ우즈베키스탄ㆍ아제르바이잔ㆍ스리랑카 4개국을 순방한 뒤 오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