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무식, 9일 생일만찬, 10일 美 CES

이 회장은 오는 9일 71세 생일을 맞아 신라호텔에서 그룹 부사장 이상 임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이 회장이 부사장급들을 생일 만찬에 초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부사장급까지 생일 만찬에 초청한 것은 예비 CEO군에 대한 신뢰와 함께 책임감도 부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생일 만찬에 사장단 부부 등 80여명이 참석했으나 올해는 부사장급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면서 참석 인원이 200~250명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의 행보에 대해 의미 부여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초부터 시작된 바쁜 행보가 예전과 다른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의 향후 이어질 행보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침체 국면에 빠져든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분석은 올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이 회장의 역할론이 깔려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신년하례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전자 위치가 옛날보다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투자를 좀 줄여야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봐서 투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서 다른 기업들도 투자를 많이 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날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주어진 책임이자 의무라고 밝히는 등 삼성그룹의 역할론에 대해 직접적 언급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커다란 변화가 그룹에 불어 닥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제2의 신경영 신드롬’ 재현을 위한 현장경영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과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 있다”며 기업문화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 만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난 1993년 신경영론과 일맥상통하는 도전 정신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회장은 생일 만찬을 가진 후 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하기 위해 떠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지난 2010년 이후 다시 찾는 CES에서 삼성그룹과 한국경제에 어떤 화두를 던질 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달 동안 대외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장고를 거친 후 갖는 올해 첫 해외출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CES 참석 계획에 대해 “사장들과 모여서 현실과 고충 얘기를 듣고,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 구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이 현장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후계 구도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재용 사장과 함께 연초부터 모든 대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직접 이 회장과 함께 CES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년하례식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이건희 회장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이 사장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 회장을 영접했지만 이날은 한남동 이 회장 자택에서부터 승용차에 동승했다. 이 사장은 오는 9일 부사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이 회장 생일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만찬이 그룹을 이끌 예비 CEO까지 참석하는 자리인 것을 보면 향후 이 사장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