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절반 내놓아라” 엄포 놓더니 용두사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이후 두 번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태적인 한은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당초 계획한 전면적인 개혁을 실행하지 못한 만큼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공존한다.
김 총재는 이번 개편에서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했다.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해 금융안정 관련 정책 수립을 맡겼다. 이번 조직개편이 한은법 개정으로 설립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안정 기능을 맡는 ‘국’이 생기는 것은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
반면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을 ‘통화정책국’으로 통합한 점이다. 정책기획국이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는 ‘머리’라면 금융시장국은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이를 실행하는 ‘몸’이였다. 세분화돼 있던 조직들을 합쳐 한은 조직을 통합했다. 김 총재는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조직을 합쳤다. 지난해에는 30개의 국·실을 26개 국·실로 줄였고 올해는 24개 국·실로 축소했다.
이 같은 김 총재의 개편 방향은 한은 조직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되레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사회적 규범이나 관행과 동떨어진 평균 10명 정도의 매우 작은 규모의 팀을 유지할 것이냐”라고 조직에 화두를 던기지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당초 김 총재가 “조직 구성원의 절반을 내놓을 생각을 하라”고 엄포한 것에 비해서는 소폭에 그쳤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여전히 금융통화위원 한 명이 공석인 점도 김 총재의 조직개편을 바래게 했다는 지적이 한은 안팎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