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양극화의 심화, 빈부격차의 고착, 청년실업의 만성화는 지난 해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온 말들이다. 가계빚이 900조원을 돌파했다. 2500만명 경제활동인구 1인당 갖고 있는 빚으로 따지면 평균 4230만원이다. 빚더미에 눌린 채 수천만원 씩 폭등한 전세값 때문에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물가 역시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 월급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
지난 해 초 정부와 그 산하기관 엘리트들이 낙관한 경제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가계의 구매력 증대와 소비심리 호조에 따라 민간소비가 견조하게 증가할 것이라 했고 기획재정부는 소비·투자의 양호한 증가세 지속으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고액 등록금과 졸업 후에도 갈 곳없는 청춘들은 낙담했고, 늘어나는 가계빚과 뛰는 물가에 서민들은 또 한번 절망했다. 사는 게 녹록치 않으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를 살릴 구체적 정책보다는 구호와 거대 수사(修辭)를 쏟아냈다. 기업들은 변화무쌍한 정부의 압박에 투자처를 잃어버렸고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해맞이를 하러 나온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안다. 하지만 시커먼 구름이 잔뜩 끼어도 그 속을 헤쳐나오는 희망을 또 한번 믿었다. 기업의 CEO나 자영업자,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은 회사와 가게, 가정에 나라에 활력이 넘치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크게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어려움을 잘 치유할 지도자를 잘 뽑게 해달라고, 작게는 가족들의 건강과 올해는 월급 오르게 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