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내년 투자·고용 계획 온도차 ‘뚜렷’

입력 2011-12-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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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기업 중심 투자·고용 확대 예정…불황 이후 양극화 심화 전망

내년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산업계의 투자와 고용계획이 기업별로 온도차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위 기업과 그룹들은 투자·고용을 확대하는 반면 중견그룹들은 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 올해보다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황이 예상되는 내년에도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곳은 불황이 지난 이후를 포석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경영환경이 악화될 때에는 마케팅비·광고비 등의 운영비를 늘리는 단기적인 전략과 R&D(연구·개발) 투자 등 자본지출을 늘리는 장기적인 전략을 탄력적으로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확대 현상은 불황 이후 산업계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 내년 50조 수준 투자=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재계 빅3’는 저성장이 본격화할 내년에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투자 규모는 항상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에도 전년대비(36조5000억원) 18% 증가한 43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초가 돼야 확실한 투자계획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말한 것처럼 어려울 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증가폭을 감안하면 내년 삼성그룹의 투자계획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투자규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세트(제품)와 부품의 이원화 체제를 확립, 반도체·LCD 생산라인 개선과 헬스케어와 같은 신성장동력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자동차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확장은 자제하면서도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한 R&D와 해외 생산공장 건설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올해(11조8000억원)보다 투자규모를 다소 늘릴 계획이다.

올해 M&A(인수·합병)시장 최대어인 하이닉스반도체를 품에 안은 SK그룹도 비자금 수사 등으로 내부상황은 어수선하지만, R&D 및 시설투자는 올해보다 50% 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롯데, GS, 한화그룹 등도 올해보다 투자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에 반해 올해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LG그룹(21조원)은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LCD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완료되면서 내년에는 투자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포스코(철강)와 한진그룹(항공·해운)도 내년에는 다소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10대 그룹의 투자확대가 집중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10대 그룹 외의 중견그룹들의 투자계획”이라며 “10대 그룹의 투자규모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견그룹들의 투자가 위축된다면 향후 10대 그룹과 비10대 그룹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양극화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고용시장도 상위기업 중심 = 산업계 양극화 현상은 고용시장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고용시장 전망’에 따르면 내년 주요 대기업들의 대졸 신입직원 채용규모는 2만8412명으로 올해(2만8777명)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경기의 불황 전망에 따라 전통적인 내수업종인 유통·물류, 제약, 자동차·부품 등의업종에서 고용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최상위 30대 기업은 내년에 고용을 늘릴 예정인 반면 30위 이하의 기업들은 대부분 고용을 축소할 것으로 나타나 고용시장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채용계획을 확정한 15개사의 2012년 신규채용인원은 1만125명으로 올해(9799명)에 비해 3.3%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용예정인원 가운데 최상위 15사의 비중이 전체의 35.6%에 달해 채용시장에서도 대기업의 의존도는 심화될 전망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산업구조에서 상위 그룹들의 고용·투자 확대계획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견그룹들의 투자·고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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