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식을 철저하게 가둬 놓은 채 통제하고 있는 부모와 그들한테 길들여져 아무런 불만 없이 살다가 점차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세 남매의 얘기를 그렸다. 영화사상 가장 문제적인 가족 탄생을 알리면서 독재에 대해 신랄하고 통렬한 은유와 비판을 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송곳니’는 영화 소재만큼이나 표현 수위 또한 파격적이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영화 속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섹스신 묘사다. 가족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아버지는 외부와 유일하게 소통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공장 직원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이는 아들의 성적인 욕구를 풀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바로 이 아들과 직원이 정사를 나누는 문제의 장면에서 남녀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등 아찔한 장면이 펼쳐진다. 또한 세 남매 사이에 생겨나는 성적 긴장감도 빼놓을 수 없다. 큰 딸과 작은 딸, 그리고 큰 딸과 아들이 묘한 상황을 연출하며 영화에 충격을 더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적 표현 수위는 높은 작품성의 호위를 받으며 당위성을 얻었다. ‘송곳니’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벌여 왔다. 특히 영화를 연출한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은 라스 폰 트리에와 미카엘 하네케의 뒤를 이을 유럽의 거장 감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묘사하며, 이를 통해 통제된 삶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충격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송곳니’는 내년 1월 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