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10~20분을 투자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분양가를 절약하세요.” “버스 한 정거장만 가면 분당입니다.” 건설사들이 ‘실속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전세난민을 포함해 실수요자가 늘면서 미래 개발호재 대신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 ‘지하철 몇 정거장이면 서울’이라던가 ‘몇 정거장 차이가 얼마’라는 표어로 접근성 대비 저렴한 분양가 앞세워 관심 끌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하는 경기도 양주시 덕정동 ‘양주 덕정역 서희스타힐스’는 서울시 도봉구까지 지하철로 단 네 정거장(급행노선)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3.3㎡당 700만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를 전면에 세웠다. 지난 6월 서울시 도봉구에 신규 분양된 쌍문동 코오롱 하늘채(3.3㎡당 1270만원선)와 가격차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기존에 ‘양주신도시’에서 분양했던 건설사들이 신도시 개발호재를 앞세웠던 분양 광고 방식과 대조적인 것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 불과 10~20분만 투자라면 분양가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가 난다”며 “실제 거리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 ‘인천 계양 센트레빌 2차’도 실속을 앞세워 분양광고를 차별화했다. 불과 ‘지하철 두 정거장 차이가 3억원’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
업계에 따르면 계양 센트레빌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3㎡당 1060만원 수준. 이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강서 힐스테이트, 강서 자이 등의 평균 3.3㎡당 1900만~2000만원의 55% 수준이다.
특히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서울 상암동 아파트 시세와 3억원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실제 계양구는 행정상 ‘인천광역시’이지만 거리상 서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전철 한 정거장이면 김포공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고급 주택에도 적용됐다. 현재 경기도 광주 오포 일대에 고급단독 주택 ‘라폴리움’은 행정상 경기도 광주시. 그러나 이 단지는 분당신도시와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인 데다 ‘분당 율동공원’과 아예 맞닿아 있다. 주택 네이밍도 ‘율동공원 라폴리움’이라고 지었다.
특히 분당 생활권이면서도 주택 평균 가격은 20억~30억원(290~450㎡) 수준. 이는 불과 차량으로 5~10분 거리에 위치한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211~311㎡) 시세 수준이며 판교 인근 타운하우스와 견줘도 10억원 가까이 싼 분양가다.
율동공원 라폴리움 분양 관계자는 “분당이나 판교 인근에 분양된 단독형 타운하우스와 비교해 분양가가 상당히 저렴해 많은 수요가 찾고 있다”며 “젊은 부자 세대인 30~40대 중심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