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시한부 제체’… 주말이 고비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차 쇄신안 발표 이후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기등판’을 요구받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박근혜 전 대표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홍 대표 체제는 지난 7월 지도부 출범 이후 다섯 달 만에 두 차례 재신임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시한부 체제’로 전락했다.
그간 여러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됐던 건 박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先공천 後재창당’이라는 쇄신 로드맵을 두고 곧바로 “공천까지 다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친박근혜) 의원을 비롯해 “지도부 사퇴가 쇄신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던 쇄신파까지 등을 돌리면서 홍준표-친박-쇄신파 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평소 말을 아꼈던 박 전 대표는 쇄신안을 지켜본 뒤 주변에 “당이 여러모로 어렵고 위기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의원은 쇄신안이 발표된 날 밤 홍 대표를 찾아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전달했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한구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 중진의원은 “쇄신안을 보면 공천이고 당헌개정이고 혼자 다하고 박 전 대표는 설거지만 하라는 것 아니냐”며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했다. 다만 다른 친박 핵심의원은 “박 전 대표가 명확한 결정을 내린 것은 아직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쇄신파 의원 중 일부는 주말을 기해 ‘탈당’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파 한 의원은 “수도권 초선 3~4명 정도가 선도적으로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탈당 도미노가 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분위기상 이번 주말은 홍 대표 체제 연장이냐, 붕괴냐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는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당 구성원들에게 대안을 내달라고 하겠다”며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