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유럽재정위기, 유동성 부족사태도 우려
올해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은행대출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규모가 연간 기준 43조원을 넘는 최대치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상위 39개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43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전체 발행액(35조1000억원)보다 23.1% 많은 것으로 기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9년(41조4000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룹별 발행 규모는 LG가 3조7000억원, SK 3조5000억원, 현대차 3조800억원, 한국전력 3조100억원, 삼성 2조9000억원, 포스코 2조7000억원 등이다.
또한 중소기업을 제외한 전체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잔액도 사상 최고치다. 올해 10월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은 11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연말기준으로 2006년 27조원, 2007년 36조원, 2008년 59조원, 2009년 76조원, 작년 87조원 수준이었고 1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업어음(CP) 잔액도 11월 말 현재 92조원으로 작년 말(73조원)보다 25.3%나 증가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유럽 재정위기로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고 내년에도 위기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기가 악화하면 국내 기업들은 실적이 나빠지고 신용도가 낮아져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게 된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24조5000억원어치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년 기업들의 현금흐름 전망도 어둡다.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129개 대기업 상장사의 내년 연간 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 기준) 추정치는 지난달 말 기준 153조8000억원으로 올해 7월 말 당시 추정치(165조6000억원)보다 7.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