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야권통합 논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다 결국 코너로 몰렸다. 전당대회 유력 주자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탓이다.
박 의원은 앞서 ‘단독 전대’를 주장하며 ‘원샷 통합전대’를 추진한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누차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도부의 통합추진 방식이 ‘밀어붙이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과통합’ 등의 세력은 통합 대상이 아닌 영입·복당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김부겸·이강래·조경태 등 타 당권주자들은 물론, 장세환·박주선 의원 등과 원외지역위원장들도 그와 뜻을 같이 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손 대표와 삿대질까지 하며 고성을 주고받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지만, 27일 ‘선 통합, 후 지도부 선출’ 방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곧장 통합 수임기관의 권한을 두고 다시 반기를 들었다. 박 의원은 협상내용 추인기구로 한정하려는 지도부에 맞서 통합 협상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전대에서 통합여부를 표결로 결정하자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는 김부겸 의원 등 기존 우군마저 박 의원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김 의원은 1일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계속 구태를 연출하자는 건가”라고 박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 외에도 타 당권주자들은 고비 때마다 자신들을 같은 편으로 밀어넣는 박 의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의원에 대한 비판은 비단 당내만이 아니다. 통합의 한 축인 혁통 핵심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의 행동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통합 이후에도 큰 역할을 할 분이 이런 식의 행태 계속하면 스스로 자기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수임기관에도 자신의 뜻을 대변할 사람을 넣겠다는 입장을 고수, 결국 당권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구태 정치인’, ‘통합의 걸림돌’로까지 내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