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일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새해 예산안 심사를 강행키로 한 가운데 민주당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를 쥔 김진표 원내대표는 일단 강경 태세다. 그는 이날 “한미FTA 무효화 투쟁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원외·원내 병행투쟁에 대해 “등원론은 의원총회에서도 전혀 나온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의 물밑 접촉 가능성에 대해 “만날 생각도, 만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밝힌 대로 양당 원내대표 간 접촉은 일단 단절된 상태다. 황 원내대표는 대신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의 채널을 유지하며 김 원내대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열두 번이라도 합의처리하려 한다”며 예산안 강행처리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한미FTA 비준안에 이어 예산안마저 밀어붙이기엔 여론 눈치를 봐야 할 여당의 부담이 너무도 크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김 원내대표의 강경 대응은 비단 황 원내대표만을 향한 게 아니다. 원내 주요당직자들은 하나같이 당내를 향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고 전했다. 한미FTA 대립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이른바 강경파 지도부가 “대여 협상에 전념해 달라”며 전권을 줘놓고 어렵사리 여·야·정 합의문을 만들어오자 폐기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도 깔려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당내 온건파가 원내 복귀의 필요성을 주장해도 지도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섣불리 움직이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되레 자신을 향한 온건파의 주장을 지도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반면 김 원내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애가 타는 건 소속 자치단체장들과 의원들이다. 전남 시장·군수협의회는 29일 등원과 예산 심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도 성명을 내고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요청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예산 집행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내리 한나라당 단독처리 끝에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했던 소속의원들은 몸이 부쩍 달아올라 있다. 더욱이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빗발치는 지역 요구를 외면했다가 표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가중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미FTA 투쟁과 예산안 처리는 별개의 문제”라며 원내 지도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정 기일(12월2일)내 처리가 사실상 물거품 되면서 임시국회 소집의 가능성도 커졌다. 정갑윤 예결특위 위원장은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내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고 여야가 판단하면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해 (예산안 심사와 본회의 처리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정기국회 끝나자마자 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좀 무리가 뒤따른다”며 “행정부가 계속해서 국회에 매여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1월 임시회를 염두에 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