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대선 때까지 기다려봐야"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시장이 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다 10월 들어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또 다시 침체에 빠졌다.
지난 24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일인 10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76조1004억원에서 75조3554억원으로 7450억원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개포주공2단지는 지난 한 달 새 4억9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 25㎡의 매매가가 4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은마아파트의 전용 77㎡는 최근 8억800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9억원대가 무너졌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 폭이 큰 것은 실수요자 보다는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현재 거주 가치보다는 미래의 개발 이익을 기대하고 집을 산 소유자들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박 시장의 주택정책 기조가 강남 재건축아파트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시는 강남 개포동 주공2~4단지, 개포시영 아파트 등 4건의 재건축안이 모두 보류된 것과 관련해 의도된 ‘속도 조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사실 개포주공이 첫 심의를 통과할 거라고 기대한 주민은 별루 없기 때문에 서울시의 해명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박 시장의 성향 자체가 워낙 부자보다는 서민, 강남보다는 강북에 기울어져 있다 보니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총선·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서울시장 교체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에 미국·유럽발 재정위기, 계절적 비수기, 전반적인 경기 침체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부자세까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재건축 규제 완화가 표심을 잃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우세해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대책이 나오더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강남권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3분기쯤 강남 재건축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대내외 악재가 산재한 데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좋지 않다”며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매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