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총체적 위기

입력 2011-11-29 11:05수정 2011-11-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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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투자·성장…곳곳 '비상' 시그널

한국경제에 글로벌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각종 내수 지표가 악화되고 경상수지도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구조가 2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민간연구소들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한 가운데 OECD도 28일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하는 등 내년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시그럴이 이어지고 있다.

◇ 내수 지표 줄줄이 추락 = 소비 지표도 힘 빠지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작년 10월보다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9년 4월(2.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둔화세는 11월에도 여전하다. 백화점들은 '송년 세일' 기간을 예년보다 1주일 늘렸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은 총 12만998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8.8% 줄면서 올 들어 9개월에 걸친 증가 행진을 마감했다.

20%대 증가율을 보이던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은 3분기에 244조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2% 늘어는 데 머물렀다. 특히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증가율은 16.7%에 그치면서 2009년 3분기(7.5%)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도 리먼 사태의 막바지 이후로는 가장 부진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분기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줄면서 2009년 3분기(-8.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월별로는 5월 10.3%에서 6~9월에 각각 4.7%, -3.0%, -3.4%, -4.2% 등으로 넉 달째 내리막을 걸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에 속하는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 역시 8월 14.1%에서 9월 4.6%로 약화했다. 지난달에는 급기야 3.9% 줄었다. 2009년 10월(-13.2%) 이후 24개월만의 감소다.

9월에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하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동행 및 선행지수가 동반하락했다. 특히 선행지수는 두 달째 가라앉았다.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94.8로 2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2009년 4월(86.7) 이래 2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이달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78로 전월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9월(78) 이후 최저다.

◇ 10월 국제수지 불황형 흑자 지속 = 경상수지가 2분기째‘불황형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10월 중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42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로는 지난해 10월 54억9000만달러 이후 1년만에 가장 컸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20개월째 흑자 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흑자 규모가 컸던 원인은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수출(FOB, 본선인도가격)은 465억7000만달러로 전달 보다 6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전달보다 21억7000만달러 줄어든 429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자본재 수입은 115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9%나 줄었다. 자본재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양재룡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자본재의 수입 감소폭이 가장 컸다”며 “수출용보다는 내수용이 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가 줄고 해외소비가 감소하면서 이례적으로 서비스수지가 개선된 것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늘어난 것과 10월에 수입이 줄어드는 계절성 요인이 있는 만큼 불황형 흑자라는 판단은 유보했다.

◇ OECD 한국경제 하향 조정 =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8일 한국경제가 올해 3.7%, 내년 3.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에 비해 각각 0.9%포인트, 0.7%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특히 OECD 마저 여타 여러 연구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예상함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의 3%대 성장이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반면 정부는 현재까지 내년 성장률을 4% 후반대로 내다보고 있다.

OECD는 이날‘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은 세계교역 둔화와 투자 등 내수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OECD는 이어 한국경제는 내년부터 세계교역 회복 등에 힘입어 점차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며 2013년에는 성장률이 4%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OECD는 가계부채와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수출위축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았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소비 위축이 예상보다 과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2%에 달한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등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에 취약한 구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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