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조직개편서 방향선회 위원회 설치 가닥
물가안정 포기 시선 우려 당초보다 규모 축소
내부 인사로만 구성하는 건 논란거리 남을 듯

◇“단번에 모든 것 실행할 수는 없어”= 김중수 총재는 조직개편에 논의에 들어가면서 “부서 인력의 반은 내놓을 생각을 하라”고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작지 않은 규모의 조직개편의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법 개정을 계기로 김 총재가 취임 이후 진행한 조직 혁신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가 구상하는 이상적인 조직안은 있지만 단번에 모든 것을 실행하기에는 무리로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으로 큰 폭의 인사가 뒤따를 경우 있을 내부 반발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기존까지 승진 단계를 차근차근 밝는 한은의 인사 관행을 타파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인사 관행이 바뀌면서 승진이 정체된 이도 적지 않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고물가 속에서 금융안정 기능을 크게 강화할 경우 ‘물가안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개편 기본방향’을 보고 받은 금융통화위원들도 “당초 얘기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인사로만 구성은 논란거리= 금안위가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것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조직개편에서 모델로 삼은 영국중앙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회(MPC)와 금융정책위원회(FPC) 모두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MPC 위원은 BOE 내부인사 5명에 외부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월 신설키로 결정한 FPC 위원은 모두 12명으로 BOE 6명,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인사는 영국 재무장관이 임명한다.
BOE가 내·외부 인사에 균형을 맞춘 것에 비해 한은의 금안위가 내부 인사로만 채워질 경우 균형 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BOE와 절대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BOE의 금융안정 기능이 시중 금융기관의 감시·감독 권한을 가진 것에 비해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은 포괄적인 거시경제의 검사 권한에 국한하기 때문이다.
또 영국의 보수당은 친 BOE, 노동당은 반 BOE라는 정치적 정서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에 정치적 셈법이 깔린 만큼 FPC의 신설과 금안위의 설립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한은의 이번 조직개편은 마침표가 아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추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총재가 이상적인 안을 실행하기 위해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소규모의 조직개편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