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광업-김재만, 13년 지기 우정 눈길
누구나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자신의 ‘짝꿍’을 만나고 싶어한다.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친구.
햇살이 따스한 가을날 지난 2일 오후 대학로 한 카페에서 ‘짝꿍’을 찾은 사람들을 만났다. 뮤지컬 배우 손광업과 김재만, 바로 이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판'에서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됐고, 어느새 ‘형님’과 ‘아우’하는 사이가 됐다. 손광업이 김재만보다 3살 위다.
“워낙 성격이나 생각이 비슷하다보니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해진 것 같아요.”(손광업)
“맞아, 그렇지.”(김재만)
친해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대답이 나왔다. 현재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있다. 역시 보통 인연은 아니다.
“소속사 대표하고는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어요. 일단 제가 들어가고 나서 형한테 러브콜을 보냈죠.”
사실 손광업은 그전 소속사에 호되게 데인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소속사를 정할 때 누구보다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한솥밥을 먹자는 김재만의 권유를 받자 ‘여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 재만이를 확실히 믿으니까요. 어떤 사람이 대표인지 어떤 곳인지 일일이 알아볼 필요가 없었죠. 재만이가 먼저 내린 결정을 절대적으로 신뢰했어요.”
그러나 이렇게 친한 두 사람은 알게 된지 10년이 지나도록 같은 무대에 선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의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광업은 창작 위주의 드라마틱한 작품에 힘을 쏟았고, 김재만은 특유의 쾌활한 캐릭터로 화려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다.
2008년에 공연한 뮤지컬 ‘실연남녀’는 두 사람을 처음 작품에서 만나게 했다. 당시 두 사람은 한 배역을 번갈아가면서 무대에 올리는 ‘더블캐스팅’기회를 맞았다.
“더블캐스팅이 되면 배우들끼리 경쟁 심리가 생기곤 하는데 재만이랑 저는 신기하게도 불협화음이 없었어요.” “형이랑 저는 배역을 연구할 때 주요 포인트로 잡는 부분이 같았어요. 그렇게 의견 일치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죠.”
머리를 싸매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이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하지만 더블캐스팅이다 보니 같은 무대에서 공연한 적은 없다. 그런 두 사람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기 위해 이번에는 ‘부활-더 골든데이즈’(12월4~25일, 나루아트센터)라는 순수 창작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춘다.
“형이 고른 작품이니까 분명 좋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제의가 들어오니까 대본도 보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죠.” 심지어 김재만은 어려운 창작 뮤지컬의 제작 환경을 생각해서 출연료를 낮추는 게 어떻겠냐는 손광업의 조심스러운 제의에도 두 말 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이쯤 되니 ‘정말 보통은 아닌 듯한’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러워진다. 혹시 전생에 부부는 아니었을까. 조금 심술을 부려서 이번에는 서로의 ‘단점’이 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웬걸, 둘 다 한참 말이 없다. 정말 고심하는 눈치다.
“형의 단점은… 평소에 쌓아두고 있다가 가끔 크게 화 낼 때가 있어요. 근데 이건 형이 사람이나 작품에 대해 정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 그래요.” “재만이는 가족을 너무 생각해요. 가끔 보면 ‘좀 더 자신의 꿈을 생각했으면’ 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죠.”
듣고 보니 단점을 가장한 서로의 칭찬이다.
손광업은 오는 6일 방송되는 KBS2TV ‘드라마스페셜-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로 안방극장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비인기 종목의 애환을 그린 단막극이에요. 저는 유도코치 역할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이미 예전부터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종횡무진 넘나들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에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손광업은 “좋아하는 일에서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나중에 지팡이 짚는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끝까지 함께하고 싶네요”라고 말했고 김재만은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나중에는 형이랑 같은 동네에서 나란히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화답했다.
사진 제공 : 윤스토리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