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임원이 사라진 까닭은?

입력 2011-11-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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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에 ‘제일’은 없다’

SC제일은행이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실시한 임원급 명예퇴직을 말해주는 결과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20명 중 상당수가 제일은행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명예퇴직에 제일은행 출신인 김진관·김선주·박홍태 부행장 3명이 회사를 떠난다. 이로써 SC제일은행의 15명 부행장 중 제일은행 출신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경영진 모두가 외국계 회사에서 온 사람이거나 다른 은행 출신들로 메꿔졌다.

인경홍 상무와 이정강 상무 등 상무급 명예퇴직 신청자에도 제일은행 출신이 대거 포함됐다. 사실상 고위직 인사라 불릴 만한 사람 중 제일은행 출신을 손에 꼽을 수준이 된 것이다.

이들은 명예퇴직 신청은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은행 구성원들이 사측을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한 임원은 전화 통화에서 “명예퇴직 조건이 맞아 은행을 벗어나 새로운 직종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 직후에 실시된 임원급 명예퇴직인데다 결과마저 제일은행 출신이 주축을 이뤄 은행 직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파업기간 동안 이들이 일부 힘을 보태주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C금융이 지역 출신들을 다 내보내는 것은 관행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반면 은행 측은 “이번 임원급 명예퇴직에 떠도는 풍문과 달리 종용이나 강요는 전혀 없었다”며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SC제일은행에서 제일이란 색채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한 지점 직원은 “올해에 실시되는 상설명예퇴직제도가 조건만 좋으면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최근 은행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소매금융 부문을 개편한데 이어 본부 조직도 연내에 손질을 볼 전망이다. 파업 직후 실시되는 변화의 바람에 제일은행 출신들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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