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파행 책임 두고 여야 ‘네탓’ 공방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일촉즉발의 충돌 기류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1일 오전 전체회의에 앞서 “김동철 민주당 간사와 협의해 오늘은 통일부 예산안만 (심사)하기로 했다”면서 “오늘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기습처리를 막기 위해 전날 밤부터 회의장을 점거 중이던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동철 간사에게 이를 확인한 뒤 일시적으로 점거를 풀었고, 이에 따라 전체회의가 재개됐다.
그러나 전체회의가 진행되자 여야 간 신경전은 그대로 이어졌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이 “어제 외통위 상황에 대해 면목이 없다. 위원장과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날 파행에 대한 여야 공동책임을 제기하자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무슨 공동책임이냐. 말조심하라”고 반박했다.
유선호 의원이 “지금 반말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유기준 의원은 “어제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 여당이 여야정 협의체 운영, 1500분 끝장토론 등 많은 노력을 했고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까지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외통위 회의를 방해했다”면서 “어떻게 공동책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거듭 따졌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께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 약속과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국회에 대해 얼마나 실망이 크겠느냐”면서 “협상은 자기 것을 양보도 하고 얻기도 하는 것인데 어떻게 100% 다 가지려고 하느냐”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 파행의 책임이 어디 있느냐를 따지면 한이 없다”면서 “다만 여야 원내대표 합의라고 하는데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고, 그런 것을 감안하면 너무 그렇게 몰아붙일 것까지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충분한 토론 후 처리한다는 약속을 천명해 달라. 그게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 아니냐”는 유선호 의원 제안에 “충분히 토론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회의를 여는 게 민주적 절차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을 점거하고 못 들어오게 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내일 외교통상부 예산안을 논의하는 시점까지 한미FTA 비준안을 논의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원내대표 합의문은 귀중한 약속이었다”면서 “그날 있었던 말과 약속이 참으로 많지만 여기서 얘기하지 않겠다. 국민이 당장 모를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알게 되면 정말 분노로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양당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합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 달라”면서 “외통위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FTA 조건부 찬성을 주장하며 당론과 맞섰던 송민순 민주당 의원이 이날 외통위원에서 빠지는 대신 박주선 의원이 새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