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년 화두는 ‘보수 경영’

입력 2011-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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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회복 불확실 성장·수익 목표 낮춰

2∼3년 경기부진 예상 당기순이익 대폭 축소

시중은행들이 내년 자산성장과 수익 목표를 올해 목표보다 낮추는 등 경영전략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 때문에 국제 시장이 불안하고, 대선 및 총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내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당기순이익 목표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올해 목표치인 1조8000억원보다 3000억원(17%)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자산성장 목표는 실질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준인 7%로 설정해 올해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은행은 순익 목표를 올해의 2조원 내외에서 내년 1조원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자산성장 목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5%대로 잠정적으로 설정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2조원가량인 순익 목표를 내년에는 대폭 낮출 방침이며, 기업은행 역시 내실경영과 건전 성장에 중점을 두고 내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은행들의 이런 전략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보수 경영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분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기부진이 향후 2~3년간 지속되는 등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엔 보수적으로 경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씨티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수수료 인하로 내년 수익이 많이 줄어들 수 있는 점과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방은행들은 최근 비판 여론에 밀려 영업시간외 자행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를 일제히 인하 또는 면제하기로 했으며, 타행 ATM 인출 및 송금 수수료도 내리기로 했다.

수수료 인하 여파로 내년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가 각각 최대 1000억원 가량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은행들이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건설 매각 이익 덕분에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내년에는 외부 요인이 없는데다 수수료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익 증가가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 부진과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등 여파로 자산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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