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 차원에서 추진된 특별계정 운영기한 연장 방안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의원입법안과 금융위원회의 구조조정 특별계정 연장안을 사실상 연계했다.
금융위가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피해까지 보상하는 것은 금융질서의 근간을 허물어뜨린다’는 기존의 반대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특별계정 연장안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두 법안의 연계 방침을 분명하게 언급하면서 정부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정부가 이런식으로 일을 접근하면 내가 소위원장으로 있는한 정무위는 어떤 법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법과 예산을 일체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두 법안의 연계 문제와는 별개로 정부가 특별계정 설립 당시의 약속을 위반했다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가 당초 5000억원을 특별계정에 출연하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출연금이 아닌 1000억원을 융자하는 것으로 갈음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정부의 특별계정을 ‘사이비계정’으로 규정한 뒤 “정부가 특별계정을 연장하겠다는데 누구맘대로 연장하나”라고 따졌다.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과의 연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특별계정 연장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16개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당초 마련했던 15조원보다 2조원 가량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만큼 특별계정 연장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별계정 연장이 미뤄지면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며 “조만간 국회에서 특별계정 연장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