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기·폭은 그룹별로 유동적…'위기타개·분위기 쇄신' 초첨 될 듯
특히 올해는 인사시기를 앞당기거나 연말 정기임원인사 형태가 아닌 인사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인사를 단행,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내년 경영을 준비하는 형태를 나타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이 최근 임원 44명 승진 등 92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내년은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디딤돌을 놓아야 하는 시기”라며 “세계 금융위기 우려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 여건을 고려하고 내년 경영계획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그룹도 조기인사설에 한창 휩싸였다, 올해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삼성카드 등 일부 계열사에서 실적 악화·비리·사고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이건희 회장이 조기인사를 통해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려 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인사시기를)굳이 당길 필요 없다”며 조기인사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폭은 있어봐야 알겠다”고 말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과 각 계열사 감사팀의 감사 결과와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인사폭이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다수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었기 때문에 올해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면서도 “이 회장이 ‘삼성이 변해야 한다’는 언급을 지속하고 있어 잔여임기에 관계없이 대폭의 사장·임원 교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이 지속적으로 여성과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해당부문 인력들의 약진이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애플과 사상 초유의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어, 특허부문에 대한 인력보강 등도 삼성그룹 인사의 관심대상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도 이달 초부터 계열사 CEO를 포함한 임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2월 연말 정기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규모 승진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하고 있어 마케팅 전략과 관계된 조직개편 및 인사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인사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유명해 연말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양승석 현대차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자 후임으로 김충호 사장을 발령했으며, 추석 연후 직후에도 위진동 기아차 소하리 공장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박광식 화성 공장 실장을 임명했다. 또 정 회장은 지난 7월 초 미국 출장 후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이유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장을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인사스타일이 예측가능성 없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진행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의 연말 인사 관심 초점은 단연 LG전자이다. 그룹 주력계열사라는 점 외에도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반등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LG전자의 실적 악화를 초래했던 스마트폰 사업에서 아직 선두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점은 구 부회장의 숙제이다.
최근 최고 인사책임자를 교체한 것도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 취임 이후 1차 개혁을 진두 지휘했던 강돈형 전무를 사업활성화 팀장으로 발령하고, 그 자리에 황호건 전무를 선임한 것이다.
LG전자는 미국 법인을 시작으로 해외법인의 주재원 인력을 30~50% 감축하는 등 해외 사업 조정도 진행중이며, 국내에서도 휴대폰 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고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LG 관계자는 “11월 열리는 구본무 회장과 계열사 CEO 사이의 컨센서스 미팅이 끝나고 연말 인사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과 SK(주)가 조직개편을 완료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그룹 부회장단을 신설하는 등 큰 변화를 줬기 때문에, 올해 인사에서는 대규모 이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조직개편과 인사는 함께 이뤄지는 특성을 갖는다”며 “세계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각 그룹들은 내년 경영계획 수립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맞는 인원을 배치하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