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채용 열풍 문제 없나] 입사 후 연봉 대졸의 절반·일부는 인턴 확대에 불과
이처럼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고졸채용 문이 넓어지면서 스펙이 부족해도 성공의 길은 열려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장 대졸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고민하고 인력난에 빠져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고졸 우수인력까지 싹쓸이 할 것을 우려하는 등 명암(明暗)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1만6000명의 고졸을 신규 채용하는 등 올해 모두 3만5000명 정도로 고졸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보다 13% 정도 늘어난 것이다.
공공기관은 올해 600명의 고졸을 뽑을 예정이지만 앞으로 신규채용시 고졸인턴의 비율을 현재 4% 대에서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시중 18개 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400여명의 고졸인력을 뽑을 계획인데 이는 지난 2년 동안 은행이 뽑은 숫자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2013년까지 고졸인력을 8300명까지 확대해 비중으로 보면 가장 많은 인력을 뽑는다.
이처럼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하반기 고졸채용을 급격하게 늘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들어 공생발전의 일환으로 고졸채용 문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터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무원, 은행권, 30대 기업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고졸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고졸채용 열풍에도 모든 고졸자가 대기업 ‘채용’의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수능성적 우수자, 전교1·2등, 학교장 추천 등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 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게 현실이다.
최근 고졸채용에 수천명이 몰린 대기업 대우조선해양은 공고·상고 재학생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원시 제출서류 목록에서 수능 성적표는 뺐지만 최종 합격시에는 수능 성적을 반영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상고와 공고에 대한 차별을 우려해 수능 성적표 제출을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최종 선발에는 11월 치러지는 수능성적을 반영해 12월 중순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고졸 합격자는 주로 전교 1, 2등의 성적우수자나 학교장 추천 학생이고 국민은행은 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MOU를 맺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출신을 뽑는다. 국민은행 인사 담당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성적우수자나 추천을 통해 채용하는 것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고졸채용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결국 성적 좋은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수한 고졸 인력이 취업에 성공해도 기업에서는 또 다른 차별이 기다린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졸 공채 신입사원은 연봉이 5000만원 선이지만 고졸 신입 초봉은 절반가량인 2500만원 정도다. 채용 후 4년간 무상 교육 등의 조건이 붙었지만 차별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대 최대 기업인 삼성의 경우 대졸공채는 3급, 고졸포함 전문대 이하는 4급으로 채용창구가 분리돼 있다. 삼성 인사부 관계자는 “전문대 이하 학력의 출신도 3급으로 지원해 사무직으로 시작할 수 있어 사실상 열린채용”임을 강조했지다. 하지만 “SSAT(3급 공채 필기시험)는 4년 더 공부한 사람이 4년 덜 공부한 사람보다 당연히 유리한 것 아니냐”며 사실상 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공공기관의 고졸자 추가 채용계획은 사실상 임시직인 인턴 확대 정책에 불과하다. 더욱이 고졸자 채용시 법률이나 영어 등 직무와 관련이 적은 과목을 제외하고 직무수행평가를 시행토록 했는 데 이는 고졸자의 또다른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올 들어 고졸채용 분위기가 갑자기 확산되다 보니 아직은 채용목적에 맞는 객관적 기준 정립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수능 점수나 학교 성적이 아닌 실제 직무에 맞는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