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영화제.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영화제다. 반세기 역사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권위 영화 시상식란 타이틀에 대해선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언론사 기자의 괜한 생트집이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판단 여부는 영화팬들의 몫으로 남겨 보겠다.
사실 ‘장은 묵혀야 제 맛’이란 소리가 있듯 반세기 역사의 권위는 ‘대종상’의 당연한 몫이자 누려야 할 권리다. 하지만 ‘묵힌 장’도 어머니의 정성스런 손때가 없으면 시커먼 곰팡이로 뒤 덮힌다.
이번 대종상이 딱 그랬다.
초반 대종상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예산 집행 내역으로 잡음을 겪었다.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지난달 초 열린 개막 기자회견이다. 장소가 강남의 한 자동차 전시장이다. 이 전시장 자동차 브랜드는 일본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 최고’를 지향하는 영화제가 일본 기업 전시장에서 회견을 했다. 이 자동차 기업이 올해 대종상의 메인 스폰서다. 돈 때문에 스스로가 말하는 권위를 국민 정서상 불가분의 관계로 표현되는 일본 기업에 팔아먹은 꼴이 됐다.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란 애꿎은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돈벌이에 급급했는지 공정성 논란으로 존폐 여부까지 거론된 전력을 영화제 사무국 측은 까맣게 잊었다.
사무국은 지난 12일 19개 부문 후보작과 후보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17일 열린 본상 시상식 후보 명단에는 기존 후보 중 사라진 이름이 있었다. ‘써니’의 심은경(여우주연상)을 포함해 류승범(남우주연상), 류승룡(남우조연상), 서영희(여우조연상)다.
일부에선 “영화제 참석 여부에 따른 후보 변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심은경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종상 영화제 후보에 올려 주셨는데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 한다고 하니 명단에서 제 이름이 빠졌네요”란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심은경은 미국 유학 중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원래 6명으로 후보들을 고집했지만, 영화제 주관 방송사인 KBS 측이 ‘무대 동선 및 방송 문제로 후보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해 달리 올해 영화제의 경우 주관 언론사 외에는 타 언론사의 내부 취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여러 언론사들의 질타를 받았다. 정상적인 프레스 등록 절차 홍보 뒤 정작 식장 내부 취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원래 타 언론사의 내부 취재는 불가 방침이다. 올해뿐만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기자의 기억에 이 같은 방침은 없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내부 취재를 원하면 TV를 보면 될 것 아니냐”는 으름장마저 놓았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KBS 홍보팀은 “답변할 만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이번 대종상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제작사 김조광수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대종상 하나요”란 글을 올렸다. 수상의 기쁨이 아닌 조롱과 멸시의 비유적 표현이다.
영화제를 주최한 한 언론사는 대종상 시상식을 두고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매김 했다’는 제호의 기사를 냈다. 작품상 수상을 위해 이날 무대에 오른 원로 영화인 신영균씨는 “대종상은 우리 영화계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말했다.
정말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축제인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나이가 밥 먹여 주는 시대는 이제 지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