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복인가, 재앙인가] ⑪-1 새로운 전쟁의 불씨…테크노 내셔널리즘

입력 2011-10-18 10:24수정 2011-10-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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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첨단산업 지향…선진국과 갈등 고조

중국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국력을 과시하려는 ‘테크노 내셔널리즘(기술 민족주의)’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첨단산업을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미국 등 선진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사회 각계각층에는 중국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 가운데 중국계가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 본토의 첨단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로켓 기술은 미국과 전혀 다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들며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평가다.

미국 관리 중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중국은 문화혁명에도 불구하고 기술 전문가 층의 단절이 없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국제특허출원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특허를 경쟁 도구로 활용해 중국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려는 속셈이다.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폰 진영과 애플이 맞소송을 제기할 만큼 특허 분쟁이 가열되면서 특허 확보의 필요성이 커진 점도 중국을 자극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지난 2006년보다 3배 늘었다.

중국 철도부는 지난 6월 말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고속철 허셰호에 대한 특허 신청을 미국 등에서 신청한다고 밝혀 고속철 사업에 참여한 일본업체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제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ZTE와 화웨이가 지난해 출원한 국제특허출원은 세계 2,4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자원을 기술로 바꾸려는 전략도 구사하며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이 희토류 수출 관세를 인상하고 올해 상반기 희토류 수출 쿼터를 축소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했으며, 이에 WTO는 “중국의 수출 관세는 2001년 WTO 가입 때 지키겠다고 한 약속에 어긋난다”며 환경 보호를 위해 수출 제한이 필요하다는 중국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미국 등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줄이고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속내는 자원을 기술로 바꾸려는 것이다.

쿼터를 줄이고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해외 기업의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시키고, 이를 통해 첨단기술을 전수받아 궁극적으로 중국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흙에서 추출하는 희귀 금속인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휴대전화,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전구, 반도체, 2차 전지 등 첨단 제품을 제조하는데 필수적인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미사일 등 각종 정밀 무기를 만들어내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는 중국이 전세계 수요의 97%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최근 2년여간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세금과 수출 통제 등을 통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Industrial Minerals Co. of Australia)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규제할 경우 세계 각국의 첨단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앞으로도 환경 보호와 자국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희토류 생산, 수출을 줄이겠다며 희토류 통제권을 휘두르고 있어 중국과 선진국간 희토류 전쟁은 보다 격화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희토류 전쟁은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 무기화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선을 형성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고 일본은 겨우 3일 만에 구속한 선장을 풀어 주며 무기력하게 투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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