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일부에서 ‘극적 타결’을 점쳤던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이 다시 초긴장 모드로 돌입했다.
13일(현지시간) 호주 연방법원이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의 태블릿 ‘갤럭시탭 10.1’의 잠정 판매금지를 결정하자 삼성전자는 곧바로 ‘추가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최대 고객인 애플과의 소송전을 장기화할 리가 없으니 극적인 이벤트를 통해 화해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전자가 라이선스 전문가를 특허 전담조직인 IP센터(Intellectual Property Center)로 이동시킨 인사 건을 두고 애플과의 화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호주에서 판매금지 결정이 나오면서 삼성과 애플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삼성의 무선통신 분야 핵심 특허를 침해하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며 잡스의 사망 이전 고위 관계자들이 내놓은 발언과 비슷한 톤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은 지난 4월 애플이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디자인과 아이콘 등이 자사 특허권·상표권을 침해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삼성이 곧바로 애플의 통신특허 침해를 내세워 ‘맞소송’하면서 소송전에 불이 붙었다.
이후 애플과 삼성은 한국·일본·독일·네덜란드·영국·호주 등지의 법원에서 맞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독일 뒤셀도르프법원이 ‘갤럭시탭 10.1’의 유럽 내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후 '독일 내 판매금지'로 완화됐지만, 디자인에 발목이 잡혀 태블릿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된 삼성전자에는 뼈아픈 결과였다.
곧이어 네덜란드 헤이그법원도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번에 호주에서도 ‘갤럭시탭 10.1’을 출시할 수 없게 됐다.
만회를 벼르던 삼성전자는 이달 초 애플의 ‘아이폰4S’의 출시 직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이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애플이 제기하는 소송은 대부분 사용자인터페이스(UI)나 디자인, 상표권과 관계된 것이다.
화면 아래를 쓸어넘김으로써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에서 홈 화면으로 들어가는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이나, 화면을 좌우로 쓸어넘겨 사진첩을 넘겨 보다가 마지막 사진이 나오면 사진이 튕기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포토 플리킹’ 기능 등이 그 사례들이다.
호주 소송에서도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상하·좌우로 쓸어넘길 때 정확히 수직이나 수평으로 손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의도를 알아내는 ‘휴리스틱’ 기술과 2개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인식해 화면을 확대·축소할 수 있는 '멀티터치' 기능이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삼성은 애플이 문제 삼는 기술 대부분은 이미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가 관련된 원천기술을 지닌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이 제기하는 소송은 이동통신 표준과 관련된 특허가 무기다.
이달 초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전송할 데이터 형식을 안전하게 미리 알려주는 기술 △데이터 전송 에러가 발생하면 데이터를 복원하는 기술 △전송 데이터의 양이 적으면 묶어서 부호화하는 기술 등 통신 관련 특허를 문제로 삼았다.
애플은 이에 대해 이동통신과 관련한 로열티는 애플의 부품 제공사인 퀄컴과 인피니온 등이 이미 지급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