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4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다”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국정감사가 정회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 특보는 이날 오전 박 의원이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박태규 리스트’를 공개,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자 “인간적으로 섭섭하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박 의원에 따르면 당·정·청 유력인사들과 잦은 교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그러자 오후 국감에서 문자내용을 공개한 뒤 “청와대가 얼마나 국회를 경시하고 있는지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을 자처하고 홍보수석을 역임한 현 언론특보가 야당 의원이 국감에서 정당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다’고 말한다”며 “이 대통령은 즉각 이 수석을 해임해 국회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법사위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과를 받아내고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은 대단히 적절치 못한 일”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공분이 격해지자 정회를 선언, 진위 파악에 나섰지만 이 특보와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 위원장은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당사자와 통화가 안 됐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청와대에 사실 진위와 어떤 배경 하에서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특보는 오후 늦게 해명자료를 통해 “내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냐는 취지를 전하려 한 것이었다”며 지칭 대상이 박 의원이 아닌 자신임을 강조한 뒤 “개인적 차원의 섭섭함을 표시한 것일 뿐 결코 국회를 무시하거나 경시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