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판검사 일기 공개 "농아들이 수화로 울부짖었다"

입력 2011-10-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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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소재가 실제로 일어났었던 광주광역시 인화학교 사건을 담당한 공판검사의 일기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7년 광주지검에서 사건을 담당한 임은정(37·현 법무부 법무심의관) 검사는 30일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1심 당시의 공판 상황과 2심의 집행유예 선고 사실에 대한 느낌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임 검사는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서 세상에 소리쳐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강조했다.

특히‘2007년 3월 12일’로 적힌 임 검사의 일기는 “오늘 내가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로 시작한다. 임 검사는 공판 상황을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은 이례적으로 고요했고,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라며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고 썼다.

임 검사는 “공판 과정을 통해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 주는 것, 이들에게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이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2009년 9월 20일자로 작성된 일기에는 2심에서 피의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러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고 했다. 검사로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서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 이입돼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있다고도 했다.

임 검사는 자신의 일기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어제 영화 ‘도가니’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면서 “글은 공판 관여 검사의 해명자료”라고 밝혔다.

임 검사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치가 떨린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결국 현실이었다", "생각할수록 화나고 너무 속상하다", "임검사,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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