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왔던 이해인 수녀는 이번 시집에서 지난날을 겸허히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시인의 깊은 깨달음이 담아냈다.
본문을 구성하는 시편들과 함께 이해인 수녀의 새 시집 ‘작은 기도’에서 각별한 주목을 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책의 말미에 이해인 수녀의 절실하고 순일한 염원이 깃든, 유언과도 같은 아름다운 신작 산문 한 편이 가외의 선물처럼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 수십 차례의 힘겨운 항암 치료를 견뎌내고 아직까지도 석 달에 한 번 병원의 정기 진단을 받는 투병 중에서 이해인 수녀는 당신의 삶의 갈피를, 그 갈피에 냈던 당신의 발자국을 보다 세밀하고 각별하게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이 시집은 올해 이해인 수녀가 수도 생활 중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설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오랜 수도생활 동안 작고 사소한 것들에 애정과 관심을 쏟았던 이해인 수녀의 진심 어린 사랑의 언어가 담겨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품에 그러안고 희망을 노래하는 한 수도자의 기도의 시집이다.
그동안 틈틈이 써온 50여 편의 미발표작에 1999년 초판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중 몇 편을 덧붙어 출간한 ‘작은 기도’는 시인으로서, 수도자로서 신을 향한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길 바라는 이해인 수녀의 문학 뿌리를 총체적으로 포괄한 시집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