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원 숙소 100억·직원 주차장 253억
한국은행이 해외주재원 숙소 매입에 1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 해외직원용 숙소를 대부분 임차해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253억원에 매입한 주차장 역시 대부분 직원들만 이용, 효율성이 떨어져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용섭(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행은 미국·일본·영국·중국·일본 등 5개국, 7개 도시에 근무하는 해외주재원 36명의 숙소 매입에 100억3100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뉴욕의 68평 단독주택 1채 등 한은은 해외주재원 숙소 35건 중 15건을 매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 해외 직원용 숙소 거의 대부분을 임차해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의원은 “한은이 국내에 보유 중인 부동산도 91건(매입가 606억9200만원)이나 된다”며 “정부부처는 부동산 매입 시 해당 부처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지만 한은은 총재 승인만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 업무의 독립성을 감안할 때 다른 정부기관처럼 재정부 장관과 협의토록 하는것이 어렵다면 일정규모 이상의 경우 국회에 사전보고하는 등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은은 2005년 매입가 기준 253억원짜리 2곳의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대부분 직원들만 이용토록해 효율성을 떨어트려 예상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1개 층짜리 서울 중구 소공동 주차빌딩 중 4개 층(293평)과 그 바로 옆 야외주차장(200평)으로, 2005년 3월 서울 중구 회현동에 갖고 있던 한국은행 소유 땅과 맞바꾼 것이다.
문제는 도심 한복판의 한국은행 부근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민원인의 경우 주차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이 큰데도 두 곳의 주차장은 ‘직원용 주차장’이라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해외주재원 숙소는 매입한 것보다 임차한 것이 좀 더 많다”며 “문제가 된 주차장도 어린이방 운영으로 인해 (직원들의) 수요가 많은데다 업무 관련 민원인이 사용할 수 있으나 (운영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한은 지역본부의 지역경제 조사·연구 업무의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은 “한은의 지역본부 총인력 대비 조사연구 인력 비율은 23.4%, 지역본부 예산중 지역 조사·연구 예산 14.5%(인건비 제외)에 불과하다”며 “ 그나마 본부에서 순환근무(2년)로 이동한 직원이 담당, 그나마 일반 업무와 중복 수행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