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불안에 달러수요 늘어…정부 시장개입 가능성 내비쳐
원·달러 환율은 S&P가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는 소식에 전일보다 7원 오른 1144.00원에 출발했다.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외국인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매집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은행권도 달러 매수에 동참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등에 일조했다. 주식시장에 이어 외환시장 마저도 외국인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역외가 달러 매수세를 멈추지 않자 우리나라 은행들도 이에 뒤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채권자금을 순회수할 가능성도 원화가치 급락 요인이다. 지난 19일 국고채 가격은 급락(채권 금리 상승)했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13bp(1bp=0.01%) 오른 3.61%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11bp 뛴 3.79%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채권을 팔아치우고 자금을 순회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등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가 산적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위기는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단기간 내 12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급등에 대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 역시 원화가치 급락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급격한 쏠림은 막겠다”고 했지만 외환보유액 관리를 위해서는 달러를 마냥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를 팔다가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정부 역시 위기 시에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국가 신인도의 척도가 되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