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초읽기 저축銀 “실탄 쌓아라”

하반기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미리미리 현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퇴출에 따른 뱅크런에 대비해 여신 운용을 자제하고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 놓은 것이다.

15일 저축은행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현금, 예치금, 유가증권 자산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저축은행은 6월 말 기준으로 2989억원의 현금·예치금을, 5812억원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회계연도 말보다 현금·예치금은 239억원(2.3%P↑), 유가증권은 1094억원(6.9%P↑) 늘었다. 반면 대출채권 비중은 59.9%에서 48.0%로 줄었다.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도 현금·예치금과 유가증권 비중이 각각 11.1%에서 14.1%, 15.0%에서 22.5%로 늘었다. 대출채권 비중은 62.2%에서 49.3%로 줄었다.

서울저축은행은 현금·예치금 비중이 11.9%에서 11.0%로 줄었지만 유가증권 비중이 7.1%에서 12.6%로 대폭 늘었다.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다. 청주저축은행의 현금·예치금 비중과 유가증권 비중은 각각 3.3%포인트, 2.9%포인트 올랐고 대출채권 비중은 3.7% 감소했다. 삼정저축은행도 현금·예치금 13.1%포인트, 유가증권 2.1%포인트 늘고, 대출채권은 -15.0%포인트 줄었다.

저축은행이 여신 운용을 줄이고 현금을 많이 쌓아두게 되면 이익이 감소해 경영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여신 평균 금리는 17.5%지만 현금에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3.31% 수준으로 5% 내외인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에 크게 못 미친다. 저축은행중앙회 예치금, 시중은행 단기예금 등도 역마진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공포 때문이다. 지난 2월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중 5곳이 유동성 부족이 이유였던 만큼 저축은행 퇴출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비교적 경영 상태가 건실해 우량 저축은행들도 뱅크런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대형 저축은행 몇 곳이 퇴출되면 저축은행 BIS 비율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5월 제일저축은행 뱅크런 때도 당국까지 우량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예금자들이 당국의 말 자체를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라며 “BIS 비율이 잘 나온 편이지만 퇴출 저축은행 발표 이후 어느 정도 예금 인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