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최후진술문 전문

입력 2011-09-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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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읽은 최후진술문을 공개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제 입장을 간략하게나마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과 달리 진실은 인격적이고 규범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은 고해의 대상이지 공방의 대상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건 때로는 불편하고 위태롭고 두렵기조차 합니다.

정황에 따라서는 너무나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겪다보니 결국은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이 오래간다는 걸, 결국은 승리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진실에 대한 고해성사만이 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하여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고 검찰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숨김없이 말하기로 마음먹고 실천했습니다.

설령 여론의 법정에서 잠시 동안 오해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국가의 법정에서 법적으로 자기부죄의 위험성이 있을지언정 진실에만 충성하고자 했습니다.

개인의 방어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정공방의 기법에 연연하지 않고, 공인으로서 설명 책임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1억3000까지 나온 상황에서 2억원을 건넸다고 더 큰 액수를 시인한 게 좋은 예입니다.

저는 중범죄의 피의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찰조사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임했습니다.

거침없이 제 입장을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녹취록이나 영상녹화CD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검찰의 수사목표와 질문의도를 잘 알고 있지만, 오해를 혹시 심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진실의 정화력을 믿고 모든 사실을 말했습니다. 잡아떼거나 왜곡하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나는 후보직을 매수하려 한 적이 없습니다.

동서지간인 실무자들 사이의 약속 같지 않은 구두약속에 대해서는 10월말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위임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승인한 적도 없는 동서지간의 독단적인 충정에 입각한 해프닝이었습니다.

권원 없는 사람들의 비진의의사표시의 편의적 결합이었습니다.

자체 조사과정을 통해 인지하고 나서는 법적 도덕적 의무가 없음을 명백히 하고 추인한 적이 없습니다.

둘째, 해프닝 때문에 박명기 교수한테 저에 대한 오해와 불신, 원망이 쌓였고, 이것 때문에 저도 불쾌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정책연대의 파트너로서 친밀한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사이가 멀어지고 벌어지기만 했습니다.

해프닝과 그로 말미암은 오해의 벽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오해할만한 해프닝이 없었더라면, 즉, 정말로 조건 없는 단일화가 성사되었다면, 그리하여 박 교수와 제가 형님 아우로서, 교육개혁의 든든한 동반자로 원만한 관계가 설정되었더라면 보다 일찍 공개적인 방식으로 박 교수에게 긴급부조를 행해서 급한 불을 꺼줬을 겁니다.

교육개혁의 동지이자 동반자가 길거리에 나앉는 걸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는 아닐 겁니다.

무릇 긴급부조는 친밀한 사이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 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는 강경선 교수의 지혜로운 노력으로 박 교수의 오해와 원망이 풀리고 화해와 일치가 찾아왔을 때, 다시 말해서 박 교수의 자세가 해프닝에 기초한 권리모드에서 형제애에 기초한 구제모드로 바뀌었을 때 비로소 이 원칙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고, 그러면서 긴급부조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하순께입니다. 첫눈이 탐스럽게 내리던 11월28일자 따뜻했던 저녁회동은 형제애의 확인 자리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선의라 할지라도 드러나면 요즘의 사태전개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빚어지고 교육감 직에 누를 끼칠 일이기에 평생 처음, 조심스런 마음으로 남 몰래 현금으로 진행한 일이었습니다.

금액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불법의 관점에서 보면 2억은 몹시 큰돈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빚더미에 내몰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살린다는 선의의 관점에서 보면 적을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떳떳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늘 마음 한켠에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박명기 교수를 극도의 곤궁에서 벗어나게 해 살리는 일이었고, 제 40년 친구의 잘못된 판단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살리는 길이었으며, 단일화를 바랐던 민주진보진영의 도덕성을 살리는 길이었습니다.

교육감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몹시 힘들지만 홀로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저의 멍에, 저의 십자가였습니다.

아무리 제가 저 자신의 무죄를 확신해도 제 일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고 제 사건을 놓고 사회적 이견과 갈등이 심합니다.

교육행정 및 교육정책 혁신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회적 비용이 몹시 큽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사회적 비용을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와 교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저는 사회적 죄인에 다름 아닙니다.

나는 이런 인식 아래 사법절차에 임하면서 사자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높은 정직과 진실에의 충성의무를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으로서 좀 더 슬기로운 방법은 없었는지 되묻기도 합니다.

제가 이 시점에서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제게 부여된 교육혁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것뿐입니다.

판사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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