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韓銀

물가정책 실패…가계 빚 폭등 책임론까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는 데다 가계부채도 폭등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탓에 연내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금리를 연 3.25%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금리인상을 강하게 주장했다. 물가 오름세가 높아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란 판단이었다. 사실상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금리인상 행보가 늦어 지금이라도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금리는 동결됐다.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외 경제’, ‘국가의 개방성’ 등을 강조하며 ‘국제파’에 가까운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대외 여건의 경제의 전반적인 하방 위험으로 작용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물가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둔 발언이다.

하지만 그는 물가 정책 실패도 시인했다. 그는 “연 4.0%의 물가 목표치 달성은 도전적인 과제이다”며 “이를 벗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통화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여전히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한은의 금리정책 실패로 서민의 삶은 빠듯해졌다. 높은 물가 오름세로 실질임금은 2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목 임금에서 물가 상승세를 뺀 실질임금은 지난 2분기 22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다. 지난 1분기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8개월만이었다.

생산자물가도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6.6% 오르며 “9월부터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란 김 총재의 발언이 머쓱해졌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수요 압력에 따른 공산품 가격 상승 요인이 제일 큰 만큼 소비자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의 주머니가 얇아져 민간소비마저 줄 수 있다”며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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