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廣場에서] 안철수 돌풍, 정치를 채찍질하다

입력 2011-09-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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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으로 부족하다. 광풍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내로라하는 여야 선수들을 압도하는 광풍 수준의 여론몰이라는 것이다. 왜 이다지도 국민들은 안철수 등장에 열광할까.

답은 정치권에 있다.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민생’을 외면하는 제도권 정치의 이전투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에 빠져 국민의 ‘표’는 갈구하면서 눈물과 한숨은 관심 밖이다. 말바꾸기에 헐뜯기는 대표선수 선발기준이 된지 오래다.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정치가 되레 갈등을 유발, 심화시키고 있다. 고민과 대안이 없는 한국정치 현주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안철수라는 신선함에서 희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안철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셈법 마련에 분주하다. 자성의 목소리도 잠깐, 맞춤형 카드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이 계속해서 국민의 질타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가 제 살길 찾기에 바쁘다고 해서 정치를 버려서는 안 된다. 정치 불신이 심화되기엔 정치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너무나도 크다. 사회를 이끌고 민생을 보듬을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여전히 대의정치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짙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무소속 인물 중심의 구도가 짜여지면서 정치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교수가 정치 인격화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며 “정당정치에 해악적”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이용, 비정치성을 통한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정치를 제도가 아닌 인물 중심으로 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제기한 ‘인기투표’에 대해서도 되짚을 자각이 필요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정치와 분리된 행정, 글쎄”라며 물음표를 던진 뒤 “서울시정을 향한 그의 비전과 정책, 수행능력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막연한 대중적 인기에 의존, 서울시정을 맡기기엔 천만 인구의 민생현안이 너무도 시급하다. 비전과 정책이 인물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다. 문용식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장은 “역사에서 양비론은 항상 기득권의 편이었다”는 말로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안 교수를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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