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김승유 vs '사구종신' 한동우 vs '광폭행보' 이팔성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국내 금융지주회사 사령탑들이 특별한 9월을 맞이하고 있다. 오랜시간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고 최고의 베터랑으로 꼽히는 그들이지만 이번 9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조직성장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 절차가 남아있었지만 순탄하기만 할 것 같았던 외환은행 인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예상 밖으로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파기 환송 시켜 금융위원회는 유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던 김 회장은 화들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인수무산 가능성이 커진 것. 이에 김 회장은 다시한번 론스타와 6개월 계약기간 연장을 했지만 ‘먹튀’ 논란 등으로 인해 공개 행보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면 무죄의 경우 금융당국이 매각 승인을 내릴 수 있고, 유죄의 경우 금융당국이 론스타에게 주식 매각명령을 할 수도 있다.
결국 그룹 성장을 위해 충청·보람·서울은행 M&A를 주도하며 ‘승부사’란 별명을 얻은 김 회장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인 ‘외환은행 인수’의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다.
김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김 회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11월 말까지 법원 판결이나 금융당국의 인수승인이 안내려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인수가 어려워진다는) ‘만약’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말로 연장된 론스타와의 인수 계약을 더 연장해 계약성사를 추진할 것이냐고 묻자 “필요하면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회장은 신한지주 사령탑으로 복귀한 뒤 조직 추스르기 작업을 지속해 왔다. 최근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 그룹경영회의의 구성원 중에서 차기 회장을 뽑기로 해 승계구도의 투명성을 높였다. 한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한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오는 7일 첫 그룹경영회의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아울러 한 회장은 또 한번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 1일 창립10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금융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며 경영철학을 강조한 뒤 “수익을 최대한 많이 낸 다음 사회공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사회를 이롭게 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부 관리에 치중했다면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또 “익숙한 국내 시장과 안정적인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글로벌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올해 안에 카드부문 분사와 수평형 조직체계인 매트릭스 도입 등을 통한 경쟁력 다지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예비입찰 당일인 지난달 17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대외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시장이 수용할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금융당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 회장의 대외활동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 민영화 무산으로 이 회장이 관심을 보여 온 ‘국민주 방식’이 설득력을 얻은 만큼 정부에 민영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선 대외활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에 비해 은둔형 활동을 해왔던 최근 이 회장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카드분사, 매트릭스 조직도입, 민영화 등 우리금융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굵직한 현안들이 많은 만큼 보다 많은 대외활동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