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식고수]⑫필립 피셔는 누구?

입력 2011-08-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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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롤라 주식 44년 보유 240배 수익 꼼꼼한 정보수집 ‘증권계 셜록 홈즈’ 추종자 별로 없어 자칭 ‘외로운 늑대’

필립 피셔는 경영진과 임직원, 회사 조직문화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요소에 투자판단기준을 삼는 것으로 유명했다.

필립은 1950년대 모토롤라의 창업자인 폴 갤빈의 아들 밥 갤빈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월가에서는 경영권을 세습시킨 모토롤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필립은 역으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필립은 1956년 주당 42달러에 모토롤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 무려 44년이 흐른 2000년에 주식을 팔았다. 당시 모토롤라의 주가는 1만달러로 240배나 뛴 셈이다.

장기투자가 주식투자의 바이블이라고는 하지만 반세기 가깝게 주식을 보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필립이 모토롤라 투자를 결정한 것은 CEO인 밥 갤빈을 비롯해 회사 임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했기 때문이다.

‘성장주 투자’로 대변되는 필립 피셔는 대공황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28년 워가의 증권분석가로 투자세계에 데뷔했다.

이후 MBA 시절에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자원칙에 결부시켰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투자자문회사 ‘피셔 앤드 컴퍼니’를 설립하고, 고객들에게 최고 3년을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이 때 나온 말이 ‘주식보유 3년론’이다. 적어도 3년은 돼야 확신을 갖고 팔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060년대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투자론을 강의하는 등 현장과 학문현장 모두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의 투자는 잠재성장 가능성과 연구개발 능력, 경영진의 개발의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했던 것인 바로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 수집이다.

그는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해당기업 임직원과의 미팅을 자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기업 직원들로부터 가끔 예기치 않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에서의 입소문도 중요시했다. 투자기업에 대한 입소문을 들어보면 경쟁사와 대비한 기술력, 장기적 경영정책의 차별성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필립은 고객과 납품회사, 경쟁사 임직원들로부터도 해당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증권업계의 ‘셜록 홈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처럼 왕성한 정보수집을 통해 60년 이상을 투자자로 살았지만 노년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고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추종자가 별로 없다. 그의 투자원칙을 따르기 힘들뿐만 아니라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립 스스로 “나는 외로운 늑대”라고 표현할 정도로 10명 안팎의 고객만 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았다. 1930년대에 필립에게 돈을 맡겼던 고객의 5대손까지 그와 거래를 할 정도였다.

그가 생전에 지은 각 저서들은 스탠포드를 비롯한 유수의 MBA 과정에서 지금도 교과서로 사용될 정도로 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주식투자로서는 최초로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다른 주식투자 이론서와 근본적인 차별성을 바탕으로 아직도 세계 주식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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