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예멘 정권 붕괴 가속화 전망...佛·英·美 ‘포스트카다피’ 주도할 듯
42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종말이 임박함에 따라 중동의 민주화 시위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튀니지에서 시작해 중동·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진 ‘재스민 혁명’은 시리아와 예멘에서 강경 진압이 이어지는 등 여전히 유혈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리비아에는 서방 연합군의 지원이 카다피 체제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시리아와 예멘 사태는 무력 개입 없이 상황이 급반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어작전’이란 작전명 아래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한 반군은 22일(현지시간) 카다피 축출을 위한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런던 주재 반군 측 외교관은 “반군이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한 상태”라면서 “현재 카다피를 찾기 위해 돌멩이 하나까지 들춰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사항전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카다피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해외로 출국하지 못한 채 리비아 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나 쿠바로 달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카다피에 대해 반인류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협약에 가입돼 있은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누가 이끌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가 권력 공백을 메울 임시 정부 역할을 하면서 서방의 지원 하에 민주주의로 변모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가 부족 및 지역간 갈등이 중동 민주화 물결을 타고 반 카다피 투쟁으로 비화한 것이라며 카다피의 몰락이 새로운 분열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피살된 반군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반군 내부의 세력에 의해 사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NTC는 심각한 분열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장은 6개월간 내전으로 거의 중단된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언제 재개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160만배럴이던 리비아 원유 생산은 현재 하루 5만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산유량은 전세계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90% 이상이 질이 높은 경질유여서 경질유 시장에 국한하면 1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말께 하루 30만~60만배럴 수준은 생산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국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유 생산이 내전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다피의 몰락 이후 리비아 원유시장을 노린 각국의 물밑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들 국가 중 카다피 축출의 최대 수혜자는 프랑스가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사태 초기 서방이 개입하기를 주저할 때부터 일관되게 입장을 유지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강경하고 신속한 대처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공습을 주도한 프랑스, 영국과 이를 측면 지원한 미국이 ‘포스트 카다피’ 시대 안정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다피 정권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리비아의 미래는 리비아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향후 리비아 권력이양 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리비아 재건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