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미래전략 키워드 '저탄소 녹색경영'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과의 전쟁에 나섰다. 환경과 관련된 새로운 무역장벽의 형성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각 업종들의 대표 기업들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온실가스 줄이기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거세게 부는 정부의 녹색성장 바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 오는 9월부터 산업계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감축목표치를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현대·기아차 필두로 감축 움직임 ‘활발’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국내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킨 대표적인 업종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차업계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을 실시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목표관리 운영지침의 일환으로 국내 3개 공장, 연구시설, 판매거점, 서비스센터, 본사 건물 등에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검증했다.
또 울산, 아산, 전주공장 등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5개년 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고, 이어 연구시설, 본사 건물 등을 포함하는 전사적인 감축 계획도 단계적으로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신형 그랜저와 신형 모닝이 환경부로부터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것. 탄소성적표지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품에 표시, 친환경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9년부터 총 8차종에서 인증을 획득해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친환경적 자동차 생산과정 구축과 관련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현대·기아차만큼은 아니지만 전기차 양산 개발, 신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기술, 친환경 캠페인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조금씩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에너지관리 전담부서 신설 등 배출량 관리 나서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업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은 이산화탄소 2400만톤 정도로, 전체 업종 가운데 5위다.
정유업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많은 투자를 실시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업계 1위 SK에너지다.
SK에너지는 이미 지난 2007년 IT기술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울산 및 인천 컴플렉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 효율적인 온실가스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사내 배출권 거래제를 2008년 울산 컴플렉스, 2009년 인천 컴플렉스에 이어 최근엔 전사 통합으로 운영하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이를 향후 참여 관계사들 대상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GS칼텍스는 2002년 정유사 최초로 에너지전담조직을 구성한 데 이어, 2008년 에너지효율화팀, 올해엔 온실가스 전담팀인 에너지관리팀을 추가 신설했다.
GS칼텍스는 전담 조직 주도 아래 다양한 에너지 혁신 프로그램을 개발과 함께 연도별 실행 계획을 수립, 체계적인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에너지관리공단의 에너지진단팀과 협력, 에너지 및 온실가스 개선 항목을 적극 개발 중이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는 온실가스 전담부서 마련과 국내외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한 에너지절감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설비투자를 통해 모든 공정에서 낭비되는 폐열을 회수, 스팀생산 등에 재사용하고 있고, 오는 9월 상업가동 예정인 #2HOU(중질유분해)프로젝트에 최첨단 정제설비를 도입해 온실가스 절감을 이뤄낼 예정이다.
◇전기전자업계, 삼성 '친환경 제품' 개발… LG '저탄소 구매' 앞장
지난 2008년 녹색경영을 선포한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제품 개발 성과·투자 실적 등 곳곳에서 녹색경영 결실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사업장 온실가스가 원단위 기준 4.58톤 CO2/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대비 38% 감소한 수준이다.
제품 부문에서도 평균 에너지 효율을 지난 2008년 대비 18.5% 향상시켰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판매한 제품의 전기 사용제품의 온실 가스 발생량을 총 2289만t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매출 원단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친환경 제품 개발에서도 삼성전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취득한 글로벌 환경마크 제품은 총 2210개. 전 세계 9대 친환경 인증기관에 등록된 200여개 전자업체 중 최다 규모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자체 기준이자 글로벌 환경마크 수준의 친환경 제품 ‘Good Eco-Product 개발률’은 지난해 목표인 90%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친환경 분야 투자에 대한 누적 총액은 2조700억원이며, 오는 2013년까지 총 5조40000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지속경영의 열쇠를 녹색에 두고 있다. 전세계 산업계의 화두인 저탄소 녹색경영에 초점을 두고 협력사 정부기관 등과 함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협력사들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 '저탄소 구매'에 오는 2020년까지 연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과 협약식을 맺고 해외사업장에 대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3자 인증을 진행한데 이어 올해에는 한국환경공단 등과 협약을 맺고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나섰다.
LG전자가 본격적인 녹색경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오는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그린 2020’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그린 2020은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과제로 향후 지속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철강업계, 포스코 탄소보고소 내고 수소환원 제철 개발 중
철강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7년 기준 8600만톤. 전체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다.
정부는 산업분야 최대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철강업계와 저탄소 녹색경영을 위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최근 만남을 가졌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과의 만남에서 철강산업이 지속적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철강업계 역시 온실가스 감축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는 저탄소 녹색경영을 기업의 책무로 받아들여 올해 '탄소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2월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탄소보고서를 발간한데 이어 두 번째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우루과이에 5500만달러를 투자해 2만헥타르(㏊)의 조림지를 매입한데 이어 오는 2013년까지 1만9000㏊를 추가구입할 계획이다. 총 규모는 2만㏊. 이는 서울시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약 2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같은 녹색전략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의지에 뿌리를 둔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철강협회(SEASI) 총회서 포스코가 철강업계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 제철 프로세스를 2년 전부터 개발 중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0년까지 포스코패밀리를 통해 그린비즈니스에 7조원을 투자하고 10조원의 매출과 8만7000명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에서 조강 톤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9% 감축하는 목표도 수립했다.
현대제철은 주택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까지 개선해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하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종인 현대제철 전무는 “이번 사업으로 1가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8톤을 감소해 10년 후에 18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기적인 지속성장모델을 제시해 녹색성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