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제값받기’ 로비에 좌절 구주 매각관련 인수자 측과 마찰음 초래 원만한 진행 원한 청와대 입김에 중도하차
16일 오전 일찍 출근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사의를 표명하고 거침없이 회사를 떠났다.
유재한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 논란이 확대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내년 10월까지가 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에는 청와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최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가 제대로 매각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입찰 참여기업이 정부에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정책금융공사가 입찰기준 선정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매각 과정에서 입찰 조건에 대한 잡음이 불거지자 청와대에서도 정책금융공사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 사장 사퇴의 발단이 된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에 대한 문제는 비싸게 팔려는 채권단과 싸게 사려는 인수자측의 신경전이 발단이 됐다. 정책금융공사에서는 공적자금 회수에 극대화를 위해 구주에 대한 매각 비중을 높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인수자가 많지가 않은 상황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보다는 매각의 원활한 진행이 우선시 된 것.
구주를 보유한 채권단 입장에서 신주 발행을 줄이고 구주를 팔게 되면 그만큼 이익이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신주 발행을 늘릴 경우 주가는 떨어지게 되고 매각가는 떨어지게 돼 인수자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게 되면 발행된 신주는 회사 유보자금으로 설비투자금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재한 사장의 일련의 발언이 입찰 참여 기업에 혼선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이 가진 주식 15%의 절반 이상은 팔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11일에는 유사장은 최근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의 매입 비율이 높은 인수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줄 것이란 소문에 대해 “구주를 많이 사는 쪽에 가산점을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어 그는 “채권단 보유지분에 더 많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며 결국 구주를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인수주체가 결정될 것이라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번 입찰에는 SK텔레콤과 STX컨소시엄 참여한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중동계 자금(아부다비 투자청)을 유치한 STX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SK텔레콤은 입찰 포기 가능성까지 제시하면서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채권단은 하이닉스 매각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해 9월중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분은 외환은행 3.42%, 우리은행 3.34%, 정책금융공사 2.58%, 신한은행 2.54% 등 총 15%다.